호르무즈만이 아니다…글로벌 무역 흔드는 ‘바다길 24개 급소’

입력 2026-04-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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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부터 대규모 우회 필요한 항로까지
“병목 지점 차단 전제한 다각화 전략 필요”

▲보라색= 대체 항로 없음. 빨간색= 대체 항로는 있지만 장거리, 노란색= 대체 항로 있음. (출처 닛케이)
▲보라색= 대체 항로 없음. 빨간색= 대체 항로는 있지만 장거리, 노란색= 대체 항로 있음. (출처 닛케이)

세계 해상 물류의 병목이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공급망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전 세계 바다에는 수출지와 수입지를 잇는 항로가 촘촘히 깔렸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유독 좁고 교통량이 집중되는 ‘초크포인트(chokepoint)’로 기능한다. 이들 지점이 막히면 대체가 어렵거나 가능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을 준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봉쇄될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바다의 급소 24개 곳을 추려 분석했다. 여기에는 △대체 불가능한 4곳 △우회 시 시간과 비용이 폭증하는 6곳 △단거리로 우회할 수 있지만 뜻밖의 리스크가 숨어 있는 14곳 등이 있다.

◇“막히면 끝”…대체 불가능한 4곳 = 병목 지점이 해역의 출입구 등에 해당하는 경우 대체할 항로는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막다른 골목인 페르시아만에 대해 오만만을 거쳐 아라비아해와 연결한다. 주변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모여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IEA)에 따르면 2025년 1~6월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와 석유 제품은 하루 평균 2090만 배럴로 전 세계 공급량의 20%를 차지했다. 이 중 90%는 아시아·오세아니아로 향하며 주로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에 공급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예전부터 지정학적 위험 요인으로 꼽혀왔다. 1990년대 초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걸프전이 발발했다. 이라크는 페르시아만에 선박이나 잠수함이 지나가면 폭발하는 기뢰 1200개를 설치했다.

중동 정세를 연구하는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란이 2025년 8월경 주변 해역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능력을 구축해왔다고 설명했다. 해협 내 게슈무 섬과 호르무즈섬 등은 공격정, 무인기(드론), 대함 미사일 등 무기를 은닉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

호르무즈 이외에도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충돌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북동부의 보하이 해협은 기상 조건에 따라 항행이 차질을 빚을 위험이 있다.

◇ 돌아갈 순 있지만…대규모 우회 필요한 6곳 = 봉쇄될 경우 대체 항로를 이용할 순 있어도 크게 돌아가야 하는 병목 지점으로는 전 세계 6곳이 꼽혔다. 일례로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무역에 필수적인 항로에 위치해 있지만 호르무즈와 마찬가지로 지정학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해운청은 지난달 예멘의 친이란 무장 조직 후티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공격을 가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던 2023년 10월에는 후티가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홍해를 통과하는 상선에 공격을 가해 약 60개국 이상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 경우 수에즈운하를 경유해 아프리카 대륙 남단인 희망봉을 크게 우회해야 하며, 소요시간은 약 2.5배 늘어날 수 있다.

◇ 단거리 우회 가능하지만 뜻밖의 위험 내포 14곳 = 델프트공과대학의 펠스푸르 조교수 일행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해상 무역에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병목 지점은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 섬을 가르는 믈라카(말라카) 해협이다. 인도와 태평양을 잇는 이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 천연가스(LNG)를 동남아시아로 수송하는 최단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

믈라카 해협은 에너지 자원 이외에도 컨테이너와 자동차를 운반하는 선박이 많이 통과한다. 2025년에는 중동 정세 악화 등이 원인으로 통항량이 증가했고 해적 행위도 급증했다. 아시아해적대책지역협력협정(ReCAAP) 정보 공유 센터에 따르면 2025년 1~6월 해당 해협에서 발생한 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3.8배인 80건으로 급증했다. 입항이나 항로 변경 등으로 속도를 줄인 선박이 표적이 됐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잇는 대만 해협 역시 동아시아 무역을 지탱하는 중요한 항로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듯한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지역 정세에는 불확실성이 감돌고 있다.

군사적 충돌이나 분쟁, 보호주의로 인한 분열이 발생하면서 공급망의 재구축이 시급해졌다. 조달처 재검토에는 병목 지점이 차단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다각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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