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7개 준비돼 있습니다”…난자 동결 2주 프로젝트, 사실상 임신 준비 같아 [붙잡은 미래, 냉동난자 上]

입력 2026-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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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5-0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30대 미혼 기자의 냉동난자 체험기

[편집자주] 결혼과 출산 시기를 늦추는 흐름 속에서 ‘난자동결(냉동난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과 맞물려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의료 현장에서는 시술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사용’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고 정보마저 제한적이다. 본지는 30대 미혼 여성 기자가 병원 상담부터 검사, 시술 준비 과정 등 난자 채취 직전 단계까지 직접 경험하며 난자동결의 현실을 점검했다. 지역별 비용 부담 격차와 지자체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지원 정책의 한계도 살펴보며 난자동결이 확산 흐름에 비해 제도적·정책적 기반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짚어본다.

"당장 출산 계획은 없지만..." 난자동결 시술 수요 확산
12일동안 매일 호르몬 주사로 난포 키우는 '루틴' 반복
냉동난자 '2주 프로젝트', 사실상 임신 준비와 같아

▲서울 마곡 차병원에서 냉동난자 관련 진료를 받은 기자가 한세열 원장에게 이번 주기에 "키워볼 수 있는 난포가 7개 정도”라고 설명 받고 있다. (이은지 PD)
▲서울 마곡 차병원에서 냉동난자 관련 진료를 받은 기자가 한세열 원장에게 이번 주기에 "키워볼 수 있는 난포가 7개 정도”라고 설명 받고 있다. (이은지 PD)

“난자 7개 준비돼 있습니다.”

서울 마곡에 위치한 차여성의학연구소 난임센터 진료실. 한세열 원장이 초음파 화면을 보며 말했다. 숫자는 단순했지만 그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만 36세. 나이로 보면 아직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그 기대를 비껴갔다. 이른바 ‘난소 나이’는 36세를 훨씬 넘어선 상태. 숫자로 확인한 시간은 생각보다 앞서가고 있었다.

난자동결 취재는 지난 3월 17일 오후 3시 30분, 서울역 차병원에서 시작됐다. 병원은 저출산이라는 말과 달리 붐볐다. 아이를 포기한 사람들이 아닌, 시기를 미루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기실에는 비슷한 또래 여성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고 대기 인원만 50여 명에 달했다. 일부는 남편이나 연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였다. 원무과 직원은 “서울 차병원에는 하루 평균 60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마곡 차병원 난임센터에서 냉동난자 관련 진료 및 검진을 받기로 했다. (이은지 PD)
▲기자는 마곡 차병원 난임센터에서 냉동난자 관련 진료 및 검진을 받기로 했다. (이은지 PD)

마곡 차병원 난임센터에서 진행된 초음파 검사에서는 난포 상태를 확인했다. 화면에 보이는 작은 점 하나하나가 난자가 될 수 있는 ‘후보’였다.

한 원장은 “이번 주기에 키워볼 수 있는 난포가 7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오른쪽 3개, 왼쪽 4개. 기자 또래 여성 보다 숫자가 적다는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검사는 이어졌다. 하루에 채혈만 9통을 해야 했다. 호르몬 검사와 감염 여부 확인, 마취 전 검사까지 한 번에 진행됐다. 검사 자체는 빠르게 끝났지만, 그 다음 단계가 문제였다.

“술은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한 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실제 임신 준비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난자동결은 단순한 시술이 아니라 사실상 임신 준비 과정과 같다는 설명이다. 금주와 금연은 기본이고 엽산과 비타민 복용 등 생활 관리가 함께 요구됐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난자동결은 생리 주기에 맞춰 진행되는데, 배란 시점이 개인에 따라 2~3일씩 달라질 수 있다. 병원 방문 시점도 그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뀐다. 연차를 언제 쓸지 미리 정하기 어렵고, 일정은 검사 결과에 따라 수시로 조정된다.

업무 일정과 병원 예약을 맞추는 과정은 반복됐다. 취재 일정을 피해 진료 시간을 잡고, 다시 검사 결과에 따라 일정을 바꾸는 식이었다. 회사에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개인 일정이 있다”는 말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전도, 체혈, 질초음파 등 강도 높은 다양한 검사가 하루에 한 번에 진행됐다. (이은지 PD)
▲심전도, 체혈, 질초음파 등 강도 높은 다양한 검사가 하루에 한 번에 진행됐다. (이은지 PD)

검사 결과는 체감과 달랐다. 기자는 평소 일주일에 4회 이상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결과는 별개였다. 한 원장은 “운동만으로 난소 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난소 상태는 단기간 관리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평소 식습관과 수면, 생활 패턴이 장기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자 생활 10여 년 동안 이어진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음주, 부족한 수면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었다. 지금부터 관리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좋아지는 영역도 아니었다.

“매일 같은 시간, 배에 주사”…난자 키우는 12일의 루틴

짧지만 강도가 높다. 난자동결은 생리 2~3일째 시작해 약 10~12일 동안 매일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난포를 키우는 과정이 핵심이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사를 놓고, 같은 시간에 다시 병원을 찾거나 상태를 점검하는 식이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처음 맞은 주사는 생각보다 짧게 끝났지만 묘한 긴장감이 남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실제 시술 단계에 들어가면 매일 같은 시간, 스스로 복부에 주사를 놓아야 했다. 배꼽 주변 살을 집어 올리고 바늘을 찌르는 동작은 익숙해질 때까지 망설임이 따라붙는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열흘 가까이 이어지는 ‘루틴’이라는 점에서 체감 강도는 더 크다.

▲검사 당일 날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냉동난자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앞으로 10~12일 정도 혼자 주사를 놔야하기 때문에 관련 주의 사항 안내, 교육 등이 뒤따른다. (이은지 PD)
▲검사 당일 날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냉동난자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앞으로 10~12일 정도 혼자 주사를 놔야하기 때문에 관련 주의 사항 안내, 교육 등이 뒤따른다. (이은지 PD)

한 원장은 “난자는 재생되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계속 줄어든다”며 “주사를 통해 한 번에 여러 개의 난포를 자라게 해 채취 가능한 난자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난자동결에 대해선 “질병 대비는 보험이고, 사회적 냉동은 예금”이라며 개념을 분명히 했다. 지금의 난자를 미리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선택지를 남기는 것이라는 의미다. 결과를 보장하는 치료가 아니라 가능성을 ‘보관’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난자동결 비용은 1회 기준 300만~500만 원, 약제비까지 포함하면 최대 600만 원에 달하고 보험이 되지 않아 개인적 부담도 적지 않다.

문제는 반복이다. 한 번으로 충분한 난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2~3회 시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시술 비용을 현명하게 줄이는 핵심은 '검사 중복을 줄이는것'이다.

▲한세열 차병원 마곡센터 원장은 최대 몇세까지 난자냉동을 하느냐는 기자에 질문에 "50세까지 (난자냉동을 하러) 온다"고 밝혔다.
▲한세열 차병원 마곡센터 원장은 최대 몇세까지 난자냉동을 하느냐는 기자에 질문에 "50세까지 (난자냉동을 하러) 온다"고 밝혔다.

차병원 관계자는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제출하면 일부 혈액검사를 생략할 수 있고, 병원별 검사 항목을 비교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약제비는 개인별 난소 반응에 따라 달라져 사전 상담이 필수다.

난자동결은 단순한 의료 시술이 아니었다. 시간과 비용, 신체 부담뿐 아니라 일상과 직장생활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 결정이었다. 한세열 원장은 “임신은 100일 프로젝트인 반면 난자동결은 ‘2주 프로젝트’”라며 “그 준비 과정은 사실상 임신을 준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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