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오정근 칼럼] ‘고물가 공급절벽’ 속 현금살포 안된다

입력 2026-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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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경기침체로 민생 어려운데
지선 앞둔 돈풀기 고물가로 돌아와
달콤한 포퓰리즘 남미 교훈 새겨야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거시경제정책에서 스태크플레이션을 가장 치유하기 힘든 상황으로 여긴다. 수요를 줄이면 성장률이 더욱 낮아지고 수요를 늘리면 물가가 더욱 오른다. 이 경우에는 비용을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대책이다.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공급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심지어 원유 나프타 등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조업중단 등 공급마저 줄어드는 ‘공급절벽’도 심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2.1%에서 1.7%로 낮췄다. 중동 전쟁 중에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9%)는 유지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주요 20개국(G20) 중 2번째로 큰 하향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1.0%로 전망하는 외국투자은행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높은 수출의존도와 원유수입의 높은 중동의존도가 주요 원인이다. OECD는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9%포인트 대폭 상향했다. 이만큼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시경제학 마지막 부분에 거시경제정책의 결론처럼 나오는 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 분석이 있다. 이에 의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총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하는 공급확대정책이 필요하다. 총수요곡선을 우측으로 이동하는 수요진작정책을 사용하면 물가가 더욱 올라가게 된다. 특히 지금 한국 경제처럼 총공급곡선이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우에 수요진작정책은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반면 물가만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물가가 오르게 되니 금리도 올라가서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투자는 위축되어 일자리도 줄어들어 민생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우선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3580만 명에게 10만~60만원을 살포하는 추경이 이미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도 마쳤다. 3580만 명은 대부분의 유권자에 해당한다. 선거를 앞둔 때라 야당도 매표추경이라는 원론적인 외마디 외에는 반대다운 반대 토론도 없이 통과됐다. 선거를 앞두고 급한지 우선 1차로 살포하고 2차는 대상자를 정밀하게 산정한 후 살포한다고 한다. 마치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로 인한 추경을 서둘러 집행했던 때와 유사한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 후 물가는 오르고 금리도 올라 금융비용 부담 증가와 일자리 파괴로 민생이 더욱 어려움에 빠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우선 돈이 살포되는 데 환호하게 될 전망이다. 1인당 60만원이면 4인 가족이면 24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다. 당연히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정부에는 구체적인 사용처 설명도 없이 9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살포한다. 광주전남지역에는 행정통합이라는 명목으로 20조원이 지원된다.

반도체호황으로 늘어날 법인세와 증시호황으로 늘어나는 증권거래세 등 세수 증가는 내국세의 일정 비율(현행 기준 20.79%)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부하게 되어 있어 덩달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에는 돈이 흥청망청이 될 전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정확하게 지방선거를 타깃으로 한 엄청난 돈풀기다.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의 폐혜다.

세무 전문가들은 올해 이례적인 반도체 호황 등으로 초과세수가 최소 3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경우 사상 최대로 늘어나고 있는 국가채무를 상환하거나 정말로 애로가 커지고 있는 공급망 회복에 투자하는 것이 정도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해상운임이 치솟는 가운데 선박 보험료마저 한 달 새 최대 10배 가까이 폭등하며 수입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비료 원자재 수급이 끊길 경우 생산 라인이 멈추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무분별한 돈 풀기에 완전히 매료된 것처럼 보인다.

민생을 도탄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당장 달콤해 보이는 포퓰리즘에 많은 일반 대중은 현혹될 것이다. 그 결과 재정위기를 겪은 것이 남유럽 재정위기이며 국가가 붕괴한 것이 한때 남미에서 가장 잘살던 베네수엘라이다. 포퓰리즘은 한 번 만연하기 시작하면 치유가 정말로 힘들다.

공급은 애로가 증가하는 데 민생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지금처럼 마구 쓰는 돈풀기는 참으로 위험하다. 진정한 민생안정은 물가가 안정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일시적인 돈풀기는 이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고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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