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수많은 작가, 아티스트, 개발자가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서, 또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등 목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저작물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공개된 작품을 자기 것인 양 저작권 등록을 해버릴 수 있을까? 또 스스로 저작권자라 주장하며 권리를 행사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거나 악용한다면? 공들여 만든 작품을 타인이 자기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남의 아이를 데려가 자기 아이로 출생신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황당하고 난감한 일이다.
‘왜 저작권 등록 단계에서 진위를 검증하지 않는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를 이해하려면 ‘저작권 등록’의 의미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베른협약 제5조 제2항과 우리 저작권법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저작권은 이른바 ‘무방식주의’를 따른다. 즉, 별도의 절차 없이 창작하는 즉시 권리가 발생한다. 본명이 아닌 이명이나 무명으로 창작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출원‧공고‧심사를 거쳐야만 비로소 권리가 인정되는 특허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작권’이라는 권리는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받는다.
저작권을 등록하면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자로 ‘추정’될 뿐, 실제 저작자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저작권법의 규정과 등록제도의 성질 및 취지에 비춰, 등록관청인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해당 저작물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형식적 요건만 심사할 수 있을 뿐, 개별 저작물의 독창성 정도나 보호 범위, 저작권의 귀속관계 같은 실체적 권리관계까지 심사할 권한은 없다고 보았다. 결국 등록관청은 해당 저작물이 타인의 것인지 여부를 심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이 나의 저작물을 등록하였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먼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상대로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이는 실익이 없다. 타인의 저작권 등록은 그를 저작권자로 ‘추정’하게 할 뿐, 실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 저작물에 대해 타인이 저작권 등록을 했더라도 나의 권리 행사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그 등록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민사적 대응이다. 해당 제3자에 대해 해당 저작권 등록의 말소등록절차 이행을 청구하거나,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이 나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아울러 허위 등록자가 저작물을 이용하여 얻은 이익이나, 원래 저작권자가 받을 수 있었던 저작권 이용료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형사적 제재도 가능하다.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거나 공표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되는 범죄이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2호의 ‘저작권등록부 허위 등록죄’는 징역형까지 나온 사례가 있으며, 진정한 저작자가 타인 명의의 등록에 동의했더라도 성립한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저작자 허위 표시 공표죄’ 역시 적용될 수 있는데, 대법원은 허위 표시 대상 저작물이 이전에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판결 등을 통해 허위 등록이 입증되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직권 말소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의 등록이 거짓임을 다투려면 결국 내가 해당 저작물을 창작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다. 타임 스탬프가 찍힌 클라우드 저장기록, 로그, 창작 과정이 담긴 이메일, 일자가 나와있는 SNS 메시지나 게시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작물의 공표와 동시에 저작권을 등록해 둔다면 이러한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다만 저작권 등록은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증명하기 쉽게 해줄 뿐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