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만 맡겼더니…낮은 지급액·빈부격차 심화 [해외실험실 : 연금위기 ③칠레]

입력 2026-04-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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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민영연금’, 1981년 도입
초기 성과 뒤 구조적 한계 노출
부유층 중심 수익 구조 고착
저소득층·여성 등 취약계층 소외

▲칠레 국기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팔 그림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칠레 국기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팔 그림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칠레의 사실상 ‘완전 민영 연금’ 실험이 40여 년 만에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며 결국 제도 수정이 이뤄진다. 시장 효율성을 앞세웠던 연금 모델은 초기에는 성과를 냈지만 낮은 지급액과 불평등 심화를 초래하면서 사회적 갈등의 뇌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칠레는 작년 기존 민간연금회사(AFP) 체제 수정, 고용주 분담금 인상, 최저 보장 연금액 상향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민간연금제도 개혁안을 법제화하고 같은 해 8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연금 개혁은 불평등에 항거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2022년 대통령에 당선된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다.

칠레는 1981년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이 헌법까지 개정하면서 기존 공적연금을 폐지하고 연금 제도를 완전히 민영화했다. 근로자 개인이 납입한 보험료를 AFP가 전적으로 관리·운용하는 구조로, 당시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완전 민영화’ 모델로 평가됐다.

도입 초기에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공 사례로 꼽혔다. 자본시장을 키우는 데에도 기여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AFP가 시장 논리만 내세우며 부유층 중심의 연금 운용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로 인해 부유층의 연금은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여성·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납입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금을 수령하는 사례까지 나타났고, 이는 칠레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인 빈부격차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연금에 대한 불만은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2019년에는 생활비 상승과 불평등에 대한 반발이 겹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폭발했고, 민영 연금제도는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후 칠레 정치권에서는 연금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정치적 교착 끝에 도출된 이번 개혁은 낮은 수급액과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새 법안은 기존 AFP 시스템을 전면 폐지하지는 않았다. 대신 고용주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최저 연금 보장을 강화하는 등 공적 요소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재분배 장치도 일부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을 시장 중심 연금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혼합형 모델’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민간 중심 구조를 유지한 채 보완에 그쳤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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