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L 매출 중 45%에 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미세 공정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확보에 나서면서 반도체 장비 업계에도 본격적인 호황이 번질 조짐이다. 지난해까지 메모리 업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더디게 반등했던 장비 시장이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 집행 시점에 맞물려 본격적인 수혜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노광 장비 업체 ASML은 올해 1분기 매출 87억6700만유로(약 15조2508억원), 순이익 27억5700만유로(약 4조7932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체 노광장비 시스템 매출에서 한국 비중이 직전 분기 22%에서 45%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첨단 공정 반도체에 집중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발주 규모도 상당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공시를 통해 ASML로부터 약 12조원 규모의 EUV 장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EUV 장비 한 대 가격이 5000억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약 24대 수준의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EUV 장비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0여 대 규모의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SML은 양사로부터 최소 17조원에서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EUV 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업체가 ASML뿐이라는 점에서, 고객사의 투자 확대가 곧 실적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EUV 장비는 10나노미터(㎚) 안팎의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EUV 장비 확보는 곧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렇게 들어온 EUV 장비는 한창 지어지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팹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평택 P4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청주 M15X, 이천 M16, 향후 조성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다.
이번 EUV 발주 확대를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HBM를 비롯한 전반적인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신호로 풀이된다. EUV를 비롯해 식각, 증착, 검사 등 전공정 전반에 걸친 장비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간 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장비 업계로의 온기가 늦게 전달됐던 것은 시간차 때문이다. 팹 투자 계획 수립부터 실제 착공, 장비 발주와 설치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최소 수개월 이상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비 주문 이후 납품과 설치까지 약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발주는 향후 실적에 반영될 물량으로 해석된다.
장비 시장은 이미 상승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351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에도 투자 확대가 이어지며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가 반도체 기업들이 팹 신설 계획을 구체화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실제 착공과 장비 반입이 본격화되는 시기”라며 “그동안 지연됐던 장비 수요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