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만에 주가가 18% 넘게 폭락했다. 소액주주 1800여 명이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냈다. 한화솔루션이 지난 3월 26일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직후 시장이 보낸 반응은 싸늘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60%인 1조5000억원을 신규 투자가 아닌 차입금 상환에 쓰겠다는 계획은 주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주주의 돈으로 회사 빚을 갚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에 어떤 다른 선택지들이 있는지 꼽아보면 과연 유상증자를 막는 것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현실적 방법인 지 고민해볼 일이다.
한화솔루션은 2021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불러올 태양광 시장의 황금기를 기대하며 베팅에 나섰다. 미국 조지아주 달튼과 카터스빌에 대규모 태양광 셀·모듈 공장을 짓는 ‘솔라 허브’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미국은 태양광 제조업에 막대한 세액공제를 약속했다. 중국산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화큐셀과 같은 비중국 기업에 문호를 열어주는 정책 기조였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로 판단됐다. 자본시장에서 한화의 미국 투자에 이론을 다는 이도 드물었다.
하지만 제대로 빛을 보기도 전에 미국 정치 상황이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과 함께 IRA 축소 우려가 현실화했다. 새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오히려 원자재 비용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석유화학 부문 역시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무너졌다. 2024년과 2025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지난해 영업손실만 4139억원에 달했다. 물론 한화 측이 시장의 변화를 읽고 투자 속도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비판은 유효하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 리스크는 기업이 단독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한화솔루션의 재무상황은 심각해졌다. 순(純)차입금은 12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는 2021년 3.3배에서 지난해 29.1배로 폭등했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약 3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도 2025년 0.7배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도 못 갚는 신세다. 차입금 비율이 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준선을 초과한 지 오래다.
유럽 자회사 Q에너지솔루션즈의 외화대출 3700억원어치에 대해 재무약정을 위반해 기한이익상실(EOD)에도 처할 뻔했다. 다행히 채권단이 ‘웨이버(즉시 상환 유예)’를 허용해 위기를 넘겼다. 차입금 상환을 일시적으로 유예 받은 것일 뿐 재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채권 금융회사가 EOD를 선언할 수 있다. 특정 차입금에 EOD가 선언되면 다른 회사채를 포함한 차입금까지 대부분 크로스디폴트(동반 EOD)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재무구조 개선이 꼭 필요한 이유다.
한화솔루션은 재무개선을 위해 그간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구 노력을 해 왔다. 계열사 지분, 한화저축은행 지분, 울산 사택부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자산, 여수산단 유휴부지, 전기차 충전사업 등을 처분해 약 1조6000억원을 현금화했다. 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부채비율을 개선했다. 한화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우호지분으로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도 매물로 내놨다.
증대 대금으로 1조5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면 연간 약 6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당장 주당이익(EPS)을 끌어올리지 못하더라도 재무 체력이 회복되면서 향후 투자와 수익 창출의 기반이 마련된다. 한화솔루션은 차입금 상환 후 남은 자금을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양산 라인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태양광 셀의 이론적 효율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로,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비판의 결론이 ‘유상증자를 하지 말라’는 쪽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재무 상황을 대폭 개선하지 않으면 주주가 잃는 것은 단순 주가 하락 그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