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다 주변 '관심도' 여부가 관건
올봄 독특한 먹거리들이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제껏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독특한 메뉴 대부분 SNS에서 인기를 끌다 보니 사진 한 장의 파급력까지 함께 소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일본 소라뉴스와 PR타임스 등에 따르면 땅콩을 콜라에 넣어 마시는 조합이 최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콜라에 구운 땅콩을 넣어 마시는 모습이 SNS에서 급속히 확산한 데 이어, 초콜릿 맛이 나는 두부, 나방 유충의 배설물로 만든 차를 발효에 활용한 사케, 다른 재료 없이 오로지 상추 단 한 가지만 채워 넣은 상추버거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확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온라인을 달군 것은 이른바 ‘땅콩 콜라’다. 일본 매체 소라뉴스24에 따르면 이 조합은 4월 초 일본 엑스(X) 이용자의 게시물을 계기로 급속히 퍼졌다.
미국 남부에서 ‘파머스 코크’로도 알려진 이 방식은 콜라에 볶은 땅콩을 넣는, 단순한 구조다. 그러나 콜라의 단맛과 땅콩의 고소함, 탄산과 식감을 한꺼번에 즐기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는 반응과 함께 일종의 체험형 유행처럼 번졌다. 낯선 음식 조합을 일단 따라 해보고 공유하는 일본 SNS 문화가 해외 식습관과 맞물리며 하나의 놀이가 된 셈이다.

전통 식재료를 전혀 다른 브랜드 이미지와 결합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의 일본 법인은 일본 제과업체와 손잡고 초콜릿 두부를 선보였다. 여기에 벚꽃 풍미를 더한 사쿠라 초콜릿 두부까지 내놨다.
이 제품은 지난해 첫 판매 때 빠르게 품절된 뒤 재판매를 시작했다. 두부의 부드러운 질감과 초콜릿의 단맛을 한 컵에 담아낸 상품이다. 최근 일본에선 ‘고급 디저트’와 ‘일상 식재료’의 경계를 일부러 흐리는 일본식 상품 기획의 전형으로 읽힌다.
실제로 생크림 대신 연두부를 사용해 칼로리를 낮추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식이 체중 관리 중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초콜릿 두부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제조법을 지닌 사케다.

이 사케는 식물 잎을 먹은 나방 유충의 배설물로 만든 차, 즉 ‘충비차(虫秘茶)’를 쌀과 함께 발효해 사케로 만들었다. 회사 측과 PR TIMES에 따르면 이 제품은 오오시마자쿠라와 오오미즈아오 조합의 충비차를 활용해 벚꽃 향과 쌀의 감칠맛이 겹치는 풍미를 내도록 설계됐다.
일본 토종 햄버거 체인 돔돔버거는 아예 시각적 충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지난달 26일 선보인 ‘상추 버거’는 상추 약 3분의 1통을 넣은 기간 한정 메뉴다. 버거의 빵을 제외하면 오로지 상추만 가득 채웠다. 우리돈 약 4500원 수준이다.
다만 소비자 시선이 먼저 꽂히는 지점은 맛보다 형태다. 빵 사이를 채운 엄청난 양의 상추는 낯선 모습이다. 돔돔버거는 "바로 그 낯섦이 상품의 존재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례는 얼핏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최근 일본 소비 트렌드의 공통 분모를 또렷이 보여준다.
결국 최근 일본 식음료 시장의 화두는 ‘맛있느냐’만이 아니다. 얼마나 의외인지, 얼마나 설명하고 싶어지는지, 얼마나 사진과 짧은 영상으로 퍼질 수 있는지가 함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전통 식재료와 계절감, 기묘한 조합, 강한 비주얼을 한데 묶고 있다. 식탁은 더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이제 일본의 한 끼는 맛과 함께 호기심과 구경거리, 그리고 이야기까지 삼키는 작은 무대가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