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서는 열람이 제한되었습니다.”
구글 싱가포르 법인인 구글아시아퍼시픽(구글아시아)은 지난 2월 역삼세무서장,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230억원 상당의 법인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승소한 154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과는 또 다른 사건이다. 구글아시아는 국내 관계사 구글코리아를 영업 거점으로 활용해 매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내고도 거액의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꼼수’ 의혹을 꾸준히 받고 있는 해외 법인이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구글아시아가 승소하고 과세당국이 패소했는지 알고 싶은 일반 국민은 그 사유를 알 수 없다. 이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들어 판결문 열람 제한을 요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반에 자유롭게 공개된 사법정보공개포털 판결서 인터넷 열람 페이지에 ‘구글’, ‘구글아시아’ 등을 검색해도 관련 기록 자체가 조회되지 않아, 재판 당사자와 법률대리인이 아니면 사실상 사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15일 본지가 확인한 판결문에 따르면 구글아시아는 이번 사건에서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체결한 조세협정을 근거로 들어 법인세 부과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협정에 따르면 외국 법인에 법인세를 부과할 경우 영업 중인 국가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사업장이 있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외국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처분 등이 가능해야 하는데, 재판부는 구글코리아가 서울에서 사용 중인 사무실을 싱가포르의 구글아시아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 등이 없다고 보고 법인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문제는 이처럼 판결의 중요한 맥락을 알 수 있는 내용 전체가 일부 영업비밀을 이유로 전체 비공개됐다는 것이다. 구글이 어떤 영업 구조로 세금을 피했는지, 법원이 왜 이를 인정했는지에 대한 '공적 기록'이 감춰진 셈이다. 통상 판결문에는 소송을 제기한 주체의 주장, 반론을 펼친 상대편의 입장, 치열하게 맞부딪힌 쟁점, 재판부의 판결 이유 등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조세 회피 논란이 지속되는 대형 해외 법인과 국내 지사가 반복적으로 과세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기를 잡고 있는데, 분쟁의 배경과 재판부 판결 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가려져 공론장에서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헌법 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건의 원고 혹은 피고가 된 기업이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들어 판결문 열람 제한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논의될 가치가 있는 중요 판결의 맥락을 감추고 사건 자체가 언급되는 것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세당국은 이 같은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법률비용도 지출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3월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 소송대리인 선임’ 입찰 공고를 내면서 총 사업비 11억원을 제시했다. 특히 “원고의 고정사업장 성립 여부”를 사건의 쟁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최근 구글아시아에게 패소한 법인세 취소 소송과 동일한 쟁점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이번 소송 변호인단에 지급할 예정인 11억원은 기관 최대 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정에서 법원이 무엇을 기업의 영업비밀로 볼 것인지를 각 재판부의 재량 판단에 맡겨두고 별도의 사례나 통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재판부가 기업 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판결문 열람 제한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에 대한 판단이 그러하듯 영업비밀에 관련해서도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글아시아의 법인세 취소 사건 외에도,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걷는 판매촉진비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 33억원과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제기해 승소한 1심과 2심 판결문 등 다수의 기업 재판 건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판결문을 열람할 수 없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