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허용오차 악용해 내용량 낮추는 꼼수…음료·주류, 콩류, 우유 순으로 심각
'평균량 기준' 도입하는 법 개정 추진...연간 조사물량 1만개로 10배 대폭 확대

시중에서 판매되는 화장지, 과자, 우유 등 정량표시상품 4개 중 1개는 평균적으로 표시된 용량보다 내용물이 적게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법적 허용오차는 준수하고 있으나 제조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교묘하게 내용량을 줄여 파는 이른바 '꼼수 포장'이 만연한 탓이다.
이에 정부는 실제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 이상이 되도록 하는 '평균량 기준'을 도입하고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시중 대형마트, 지역마트 및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정량표시상품 1002개(상품별 3개씩 샘플조사)를 대상으로 내용량 적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정량표시상품이란 소비자가 정확한 양을 알 수 있도록 상품 포장에 '500g', '1.5L', '2m' 등과 같이 질량, 부피, 길이 등을 표시한 상품을 말한다. 현행 계량에 관한 법률은 실제 내용량이 표시된 양보다 일정 범위(법적 허용오차)를 초과해 부족하게 포장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대형마트, 지역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직접 구매한 상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쌀·우유 등 '기초생활물품', 화장지·음료 등 '소비자 밀접 상품', 조미료 등 '용량 대비 고가 상품', 냉동수산물 등 '정량 관리가 까다로운 상품' 등 총 4개 유형이었다
조사 결과 내용량이 법적 허용오차를 벗어나 명백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상품은 전체의 2.8%(28개)에 불과해 표면적인 법적 기준은 대체로 잘 지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용오차를 위반한 품목은 냉동 해산물 등 '생선류, 어패류 및 수산물'이 9.0%로 가장 높았고, 해조류(7.7%), 간장·식초류(7.1%), 위생·생활용품(5.7%)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상품별 내용량의 '평균값'을 측정한 결과다. 조사 대상 전체 상품의 25.1%인 251개 상품의 평균 내용량이 겉면에 표시된 양보다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비율이 가장 높은 품목군은 음료류 및 주류(44.8%)였으며, 이어 콩류(36.8%), 우유(32.4%), 간장 및 식초(31.0%)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밀접 품목인 과자류 및 빵류(27.5%)와 합성세제(27.3%)도 10개 중 2.5개 이상이 용량 미달이었다
국표원은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상품이 25%에 달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 제조업자가 법적 허용오차 기준 내에서 내용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악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개별 상품이 허용오차 한계선만 넘지 않으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고의로 정량보다 약간 모자라게 포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표원은 사업자들이 법적 허용오차를 악용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 '법적 허용오차 준수' 조건에 더해 내용량의 평균값이 반드시 표시량과 같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내용량 평균 ≥ 표시량)는 '평균량 기준'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턱없이 부족했던 시장 감시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국내 정량표시상품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하지만 연간 시판품 조사 물량은 1000여 개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약 2만8000개), 독일(약 6만개), 일본(약 16만개)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수치다.
국표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시판품 조사 규모를 연간 1만개 이상으로 10배 대폭 늘려 촘촘한 사후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정량표시상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며 "평균량 개념 도입과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생활 필수품의 내용량이 정확하게 유지되도록 해 민생안정에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