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유사 분쟁 확산 가능성 주시하며 대응 방향 검토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여행 및 항공권 상품을 할부로 결제한 피해자들의 카드사 대상 청약철회권을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결정이 대규모 유사 민원 처리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환급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9일 분조위가 전날 이같은 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과 후속 소비자권익보호국 신설 이후 나온 첫 분조위 조정 사례다.
카드업계는 이번 판단이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여행·항공·숙박상품 할부결제와 관련해 금감원 및 9개 카드사에 접수된 분쟁민원은 총 1만1696건이며, 분쟁금액은 132억2000만 원에 달한다.
업계는 당장 전면적인 입장 변화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소비자 보호 기조를 외면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정안 수용 여부를 지켜보면서 금감원 권고 사항에 따라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분조위 결정은 업계 공통 사안인 만큼,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서비스가 실제 이행되지 않은 할부거래에 대해 카드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영세 판매사와 PG사의 배상 능력이 부족하고 위메프의 파산까지 겹치면서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소비자가 일시불결제가 아닌 할부결제를 한 경우, 할부거래법을 적용해 피해를 구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첫 구제 사례는 티몬에 입점한 여행사가 판매한 해외여행 상품이다. 소비자는 2024년 2월 해당 상품을 3개월 할부로 결제해 약 494만 원을 완납했지만, 판매사가 계약 이행을 거절하자 카드사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다. 분조위는 여행서비스가 실제 공급되지 않았고 소비자가 자의로 철회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카드사가 결제대금 전액을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항공권 사례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비자가 티몬 입점 판매사를 통해 제주항공 항공권을 5개월 할부로 구매한 뒤 2회차까지 납부한 상태에서 발권 취소 통보를 받았다. 분조위는 청약철회권 행사뿐만 아니라, 판매사의 채무불이행 및 할부계약 취소를 근거로 한 할부항변권 행사도 정당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이미 받은 할부금을 돌려주고, 남은 할부금 채무도 면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정이 당장 카드사에 대규모 재무 충격을 주진 않더라도, 향후 소비자 분쟁 처리의 기준을 확장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티메프 사태처럼 판매사 부실과 서비스 미이행이 맞물린 경우 할부거래에 대한 카드사의 책임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타 여행·항공·숙박 등 유사 업종 민원에서도 카드사들의 선제적 환급이나 자율조정 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조정안이 곧바로 법적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분조위 결정은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해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으로 성립한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여타 여행·항공·숙박상품 등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적화해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