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호르무즈 통항료 청구설'에 대해 정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요구받은 사실이 없으며 최악의 경우 통항료가 신설되더라도 국내 물가에 미치는 실질적인 타격은 0.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9일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통항 조건으로 암호화폐 결제 등 구체적인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란이 실제로 통항료를 부과할지, 부과 시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변수가 너무 많아 암호화폐 결제 요구설 등은 정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며 "현재까지 우리 정부 측에 통항료 지급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통항료가 부과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선인 현 상황에서 1달러의 통항료가 추가로 붙는다"며 "이는 원유 도입 단가는 약 1% 인상되는 꼴"이라고 전제했다.
양 실장은 "현재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의 절반가량이 세금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유 도입가가 1% 오르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 인상 효과는 단순 계산으로 약 0.5%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발이 묶인 우리 유조선 7척(국적 선사 4척, 비국적 선사 3척)의 통항 시점과 조건에 대해서는 "현재 외교부가 미국·이란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해수부가 선사와 논의하는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통항 조건이나 특별히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전면 통항 중단설'에 대해서는 "현재도 일부 선박들은 통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나프타(납사) 물량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양 실장은 "원유와 달리 트레이더 거래가 많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환적을 거치는 등 유동적인 상황이라 정확한 물량을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현재 파악 중이며, 정리되는 대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플랜B' 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소식에 10% 이상 급락했던 국제 유가(브렌트유 등)가 통항 중단 소식에 이날 오전 다시 2%대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 5000만 배럴, 5월 6000만 배럴 등 총 1억 1000만 배럴의 대체 원유를 선제적으로 확보했으며, 7월 스팟(단기) 물량 도입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200만 배럴의 해외 생산분을 추가로 확보 중인 상황이다.
장기화하는 전쟁 속에서도 국내 필수 물자 공급망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의중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류, 의료용 장갑 등 보건·의료 제품은 현재 평시 수준의 재고를 넉넉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현장에서 우려가 컸던 수액제 포장재의 경우 올해 6월 말까지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했으며, 식약처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대체 공급 방안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분야 외에 반도체·자동차 공정에 쓰이는 헬륨과 알루미늄 휠은 대체 수입선을 확보했으며, 황산니켈은 내수용 전량이 국내에서 생산 중이라 차질이 없는 상태다.
다만 유가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커진 라면과 분유 등 민생용 포장재 분야는 산업부·식약처·중기부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격 및 수급 안정화를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