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유자금 1년 전보다 54.2조원 증가
주식ㆍ펀드에 가계자금 몰려⋯1년새 2배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88.6%⋯1%p↓

지난해 가계 여유자금이 27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훈풍과 기업 실적 개선 속 가계 소득이 지출을 상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투자를 줄이고 자금을 적게 끌어쓴 결과 순자금조달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년 전보다 54조2000억원 늘어난 26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여윳돈 증가분을 의미한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지출 증가를 상회하는 소득 증가와 아파트 신규입주물량 감소 등 영향으로 가계 여유자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소득 증가율은 3.5%로 전년(3.3%) 대비 상승했다. 이 기간 월 평균 가계 흑자액 역시 131만1000원으로 최근 4년래 가장 높은 흑자를 나타냈다.
통계를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342조4000억 원으로, 전년(248조8000억 원)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 중 금융기관 예치금이 17조8000억원 증가한 131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보험과 연금 준비금도 46조1000억원에서 87조1000억원으로 큰 폭 확대됐다. 특히 투자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많았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가 42조원대에서 106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나 주식시장과 ETF 등에 투자하는 가계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가 조달한 자금 규모는 72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9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 중 가계가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한 규모가 75조9000억원으로 전체 자금조달 규모를 웃돌았다. 반면 정부 융자와 상거래신용 등을 포함하는 기타 부문이 전년 대비 3조2000억원 감소했다. 김 팀장은 "예금취급기관 외 기타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은 증권사, 여신전문사 등의 대출"이라며 "이는 지난해 증권사 신용공여나 주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전년 말보다 1.0%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수준보다도 낮다. 김 팀장은 가계부채 비율 하락 배경에 대해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하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년 전(77조5000억원)보다 축소된 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 순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 속 투자가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일반정부 자금은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52조6000억원)가 확대됐다. 이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다. 김 팀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운용 기조에 따라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