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정말 ‘예쁜’ 꽃일까?
동물과 식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공간 속에서 수많은 생명과 함께 살아갑니다. 이들은 매일매일 작은 행동으로, 때로는 큰 변화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지구 속으로’는 일상의 소음 속에서 쉽게 지나치곤 하는 자연의 신호에 주목합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현상과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냅니다.

벚꽃이 피고 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매년 4월이 되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벚꽃길로 향합니다. 흩날리는 꽃잎 아래서 사진을 찍고,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그 순간을 기록하죠. 벚꽃은 ‘봄의 상징’이자 의심할 여지 없는 아름다움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벚꽃 구경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꽃은 넘쳐나는데, 그 주변엔 나비도 벌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꽃은 정말 아름답지만, 벌과 나비가 모이지 않는 걸 보니 향기가 없는 가짜 꽃이로군.”
하나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꽃은 정말 아름답지만, 벌과 나비가 모이지 않는 걸 보니 향기가 없는 가짜 꽃이로군.” 청나라 화가 운수평이 그린 꽃 그림은 무척 아름다웠지만,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번 봄 우리가 마주한 벚꽃 풍경도 어딘가 이와 유사하지 않나요?
봄철 채밀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

사실 벚꽃의 꿀은 다른 꽃에 비해 뒤지지 않는 먹이 자원입니다. 벚꽃의 꿀이 부족하거나 맛이 없어서 벌과 나비가 피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실제로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박사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양봉업계에서 봄철 채밀의 첫 출발이 벚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벚꽃은 꿀벌이 가장 좋아하는 밀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벚꽃이 이른 봄에만 활동하는 단기성 야생벌인 애꽃벌(Andrena)류에게는 한 해의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먹이 자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땅속에 단독으로 둥지를 짓고 봄 한 철 활동하는 토착 야생벌로, 도시 벚꽃이 이들에게 짧지만 절대적인 식탁이 되어준다는 겁니다.
“양봉업계에서 봄철 채밀의 첫 출발이 벚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벚꽃은 꿀벌이 가장 좋아하는 밀원 중 하나”
그런데 정작 벚꽃 아래에서 꿀벌과 야생벌을 찾아보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벚꽃이 봄철 와르르 쏟아지는 식량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전문가들은 꿀벌 감소의 원인을 기후변화, 병해충, 서식지 파편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지목되는 것이 살충제,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입니다.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있다
도시 벚나무에 살충제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길가에서 흔히 접하는 벚나무는 대부분 19세기 말 일본에서 육성된 원예 품종인 ‘소메이요시노’에 해당하는데요. 이 나무는 ‘접붙이기’ 방식으로 무성번식 합니다. 좋은 형질을 가진 나무의 가지를 잘라 다른 나무의 몸통에 붙이고, 그 가지가 그대로 자라 새로운 개체가 되는 방식이죠.
이러한 인위적인 번식 방식은 분명한 장점을 갖습니다. 개화 시기와 꽃의 형태가 일정해 도시 경관을 균일하고 화려하게 만들 수 있고, 짧은 기간에 동일한 풍경을 연출하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우리가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의 벚꽃 길을 만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존재합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나무가 동일한 환경에 놓여 있다 보니, 특정 병해충이 발생하면 한 그루에서 그치지 않고 거리 전체로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최 박사는 “소메이요시노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으므로 치명적인 병원체가 한번 확산하면 한 거리 전체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원인이 ‘벚나무’라는 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나무 자체의 취약성을 키우는 도시 환경입니다. 최 박사는 “벚나무는 원래 계곡이나 산자락에서 넉넉한 폭으로 가지를 펼치며 자라는 나무”인데 “도심에서는 협소한 공간과 가지를 강하게 자르는 전정 작업, 뿌리 주변 토양이 눌리는 답압, 열섬 현상 등 스트레스 속에 놓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과도한 가지치기로 생긴 벚나무의 상처는 부후균의 침투 경로가 되면서 수명이 더 단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환경에서는 나무의 방어 능력도 자연스럽게 약해집니다. 벚나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유지해온 자연적 방어 체계까지 함께 무너뜨리게 되는 거죠. 최 박사는 “벚나무 잎자루 끝에는 화외꿀샘이 있어 꿀을 내고, 이를 먹으러 온 개미들이 해충을 막아주는 공생 관계를 맺는다”며 “살충제 한 번이면 이 오래된 공생이 통째로 끊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더 많은 해충이 모이고, 더 많은 약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살충제가 만든 악순환

도시 벚나무에는 나무 주사, 즉 수간주사 방식으로 살충제가 주입됩니다. 최 박사는 “2024년 MBC 뉴스데스크 ‘지구한바퀴’ 취재에 응했을 당시 서울 안양천 수백 그루 벚나무 밑동마다 주사액이 꽂혀 있었고, 약 성분은 디노테퓨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디노테퓨란은 유럽에서 꿀벌 위해성 때문에 실외 사용이 전면 금지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입니다. 이렇게 나무 주사로 주입된 약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무 전체로 퍼지고, 꽃과 꽃가루, 꿀에도 그대로 들어간다는 게 최 박사의 설명입니다.
당시 MBC ‘지구한바퀴’ 보도에 따르면, 취재팀이 실제로 해당 벚꽃을 채취해 잔류농약 검사를 의뢰했더니 디노테퓨란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벚꽃이 본래 꿀벌과 야생 벌에게 귀한 봄철 식탁이지만, 그 식탁 자체가 독성을 머금게 되는 셈입니다. 최 박사는 “벌이 이 꽃을 찾으면 신경계가 교란되어 귀소 능력을 잃고, 건강이 쇠퇴해 죽거나, 봄·여름에 노출된 독성이 겨울 군집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벌이 이 꽃을 찾으면 신경계가 교란되어 귀소 능력을 잃고, 건강이 쇠퇴해 죽거나, 봄·여름에 노출된 독성이 겨울 군집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문제는 벌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벚꽃 터널 아래를 걷는 시민, 그 근처에 사는 아이들, 꽃가루를 호흡하는 사람들 역시 미량의 농약 성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최 박사는 같은 방송에 출연한 뤼첸셩 교수가 이를 두고 ‘공중보건의 문제’라고 표현한 점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열매를 수확하는 과수원도 아닌 공원과 가로수에, 단지 꽃을 더 깔끔하게 보기 위해 신경독성 농약을 쓰는 일이 과연 정당한지 되묻게 되는 대목입니다.
벚나무를 떠나는 곤충들
도시 벚나무가 일렬로 이어진 풍경이 갖는 또 다른 문제는 ‘단일 식재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벚꽃길은 해충 문제를 넘어, 도시 생태계 전반의 취약성을 키웁니다. 최 박사는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피는 단일 수종 경관은, 벚꽃이 끝나는 순간 곤충들에게 갑작스러운 먹이 절벽을 만든다”며 “안정적인 먹이 공급이 없으면 야생 벌과 호박벌의 둥지 활동, 꿀벌의 봉군 유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열매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자생 벚나무는 여름철 새들의 중요한 먹이원이 되는 버찌를 풍부하게 맺지만, 소메이요시노는 열매가 많지 않아 새들의 먹이원이 제한됩니다. 잎 위의 먹이사슬 역시 얇아집니다. 단일 품종 중심의 식재는 곤충 군집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새까지 이어지는 생태적 연결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최 박사는 “수분 매개자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풍부한 개화가 아니라,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이어지는 꽃의 연속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의 벚꽃길은 특정 시기에만 생태적 먹이 자원이 풍부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급격히 비어버리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벚꽃’에는 잘못이 없다
지금까지의 문제를 짚어보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문제는 벚꽃 자체가 아니라, 벚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방식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벚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단일 종 일렬식재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최 박사는 “같은 거리 안에서도 벚나무와 느티나무, 왕벚나무, 잔털벚나무, 팥배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자생 교목을 섞고, 아래층에 관목과 지피식물을 더한 다층식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꽃의 시기가 분산돼 곤충과 새의 먹이사슬도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로,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 박사는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뿌리권에 숨구멍을 만드는 식수대를 확장해 토양을 확보하고, 가지를 강하게 자르는 강전정 대신 자연스러운 수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리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토양 공간에 대한 기준 역시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 살충제 사용 관행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합니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을 공원과 가로수에 사용하는 방식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최 박사는 “유럽의 실외 사용 금지나 미국 일부 지역의 개화기 사용 제한처럼, 국내에서도 개화기 살충제 살포와 나무 주사를 금지하고 친환경 방제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행히 2024년 서울시는 공공녹지에 한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과제는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지금의 벚나무 상당수는 같은 시기에 심어져 동시에 노령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최 박사는 “수명이 다해가는 시점에 또 같은 품종을 같은 방식으로 심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구조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시민의 공론장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벚꽃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벚나무가 아니라, 벚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최 박사의 인터뷰 마지막 말입니다. 결국 벚꽃은 남길 것인가, 없앨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풍경 속에서 함께 남길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단일 클론 대량식재와 짧은 축제 중심의 경관 관리, 그리고 미관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신경독성 농약. 지금의 벚꽃길을 취약하게 만든 것은 나무 한 종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구조였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어떤 ‘벚꽃’을 원하시나요.
나무 한 종을 탓하는 일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 비난이 구조를 가리는 알리바이가 될 때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 자리에 어떤 나무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의 합의 속에서 서게 될 것인가입니다. 벚꽃은 이미 졌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피고 진 자리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아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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