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142건 중 36%는 공소시효 90% 경과 후 이뤄져
공소시효 잔여기간 한 달 이하인 고발도 7건에 달해
정부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 추진방안' 국무회의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부당공동행위)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평균 3년 6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 사건 공소시효(5년)의 3분의 2가 지나서야 수사당국에 사건을 넘긴 셈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담합 혐의로 기업을 고발한 건수 중 약 36%는 시효 만료일이 6개월 미만인 것으로 분석됐다. 담합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통계로 입증된 것이다.
9일 이투데이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공정거래위원회 본부(카르텔조사국)와 4개 지방사무소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1월~2026년 2월 부당공동행위(담합) 고발 사건 처리 현황’ 자료를 사건별로 전수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담합 사건은 142건으로 집계됐다. 본부 카르텔조사국이 141건,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가 1건을 각각 고발했고 광주·대구·부산 지방사무소는 공정거래법 제40조 위반 사건 고발 실적이 없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등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어서다. 전속고발권 제도는 1981년 공정위 출범과 함께 도입돼 45년째 유지되고 있다. 반면 부당공동행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5년 안에 공정위가 고발하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공정위가 사건을 검찰에 넘긴 시점에 남아 있던 시효는 평균 1년 5개월이다. 공소시효가 처벌 가능 기간 상한선으로서 법적 안정성을 위해 둔 장치라는 점에서 이례적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뒤 공소를 제기하기까지 기록 검토와 공소장 작성 등 일정한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담합 혐의로 고발 조치한 142건 중 51건(35.9%)은 공소시효의 90% 이상을 소진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 중 28건(19.9%)은 공소시효 잔여기간이 90일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이하였던 사건도 7건에 달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9개 자동차 해상운송사업자의 부당공동행위' 사건이다. 공정위는 2017년 9월 1일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공소시효 만료일은 사흘 뒤인 9월 4일이었다. 이외에 △방위사업청·대전지방조달청 발주 의료용 소모품 구매입찰 사건(시효 만료 4일 전) △제천 미림청솔아파트 옥상 방수공사 입찰 사건(시효 만료 9일 전) 등이 시효 임박 고발 사례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담합 사건 조사 절차가 복잡하고 인력이 부족한 만큼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담합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마친 뒤 위원회를 열어 고발 여부를 두고 배심 구조로 심의한다. 심의 결과 고발 결정이 나면 기업 측에 심사보고서를 보내 의견 제출을 받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행정 처분은 2심 법원으로 가기 때문에 위원회가 사실상 1심을 대체한다”며 “단순 조사 시간뿐 아니라 사업자 의견 청취와 방어권 보장 절차, 의결서 작성까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담합 의혹 증거를 포착하기 어려워진 환경과 조사·심의 인력 부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사건은 대개 여러 사업자가 연관돼 있으며 사업자 간 합의서 등 물적 증거가 남아 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정황 증거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각 사업자 임직원들의 진술을 듣고 조각 증거를 합쳐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속고발권의 부작용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폐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든지, 일정 숫자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을 주든지 풀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같은 달 23일 정무위에서 “원칙적으로 전속고발권은 폐지하는 방향이 맞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 추진방안’을 통해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나 사업자가 공동 고발하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기소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정문 의원은 “공정위 조사 역량과 사건 처리 절차가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신속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논의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며 “전속고발권 개편 논의 역시 단순한 권한 조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담합 근절과 피해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실효적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