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입력 2026-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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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과학칼럼니스트/前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

14명이 숨진 대전 대덕구 화재를 보고 있으면 새로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고 경영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는 없지만 안전전문가들은 경영자의 안전 인식 없이는 안전활동이 경시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누구나 안전을 강조하지만, 비용이 들면 뒷순위로 밀리기 십상이다.

안전과 성장을 함께 잡는 방법은 안전 인식을 지니면서도 투자액에 따른 안전 향상 정도를 평가하는 역량이다. 개선 활동이 안전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개선 활동은 제도, 설비 설계, 설비 유지관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된 규제는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서 사용된 보행자 좌측통행을 2013년 우측통행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뒤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는 위협은 더 증대했고, 지하철의 환승로에서는 부딪치지 않도록 눈을 똑바로 떠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를 넘어 2부제까지 시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5부제는 번호 끝 자와 일치되면 운행하지 못하지만 2부제에서는 일치될 때 운행한다. 규칙이 서로 반대다.

5부제나 2부제의 적용규칙은 한 번 정도 실패를 경험하고 배워도 된다. 전등 스위치 방향은 불이 켜지는 반응을 보고 배워도 된다. 그러나 반응이 보이지 않거나 시행착오가 있으면 손실이 클 때도 있다. 설계에서부터 사람의 심리나 의식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초침은 시계방향으로 돌 듯이 시행착오를 방지하려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산업계에서 유사한 논란이 있었는데 펌프의 작동상태를 표시하는 색깔이다. 정해진 국제 기준에 따르면 펌프가 동작 중일 때 붉은색, 정지 중일 때에는 녹색으로 표시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 원전도 국제 기준을 따르고 일반 공장에서도 이 기준을 위반하면 수출이 어렵다. 공장에는 펌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밸브, 스위치, 히터도 있다. 이들 설비는 상태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 모든 기기마다 별도의 규칙을 만들면 5부제, 2부제꼴이 난다.

규칙의 토대가 되는 인식적 원리를 발견해야 한다. 필자는 낡은 설계 문서를 뒤적이다 인식 원리를 발견했다. 선이나 배관에 설치된 펌프, 밸브, 히터, 스위치는 유체, 전류, 정보 등의 매질을 전달한다. 매질이 전달되면 붉은색이다. 펌프가 작동하거나, 밸브가 열렸거나 히터가 가열되면 매질이 흐르므로 상태표시등은 붉은색이다. 흐름으로 마찰열이 발생하므로 붉게 변한다는 인간 인식에 근거했다.

그런데 이 규칙에도 예외가 있다. 교통신호등이다. 붉은 신호등은 정지이다. 붉은색은 산란이 적어 직진성이 좋아 안개가 낀 날씨에도 멀리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호등 원리를 공장 설비 상태등에도 적용했다가 차츰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다.

표시방법의 개선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만 제도 개선의 효과는 천천히 온다. 그래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교훈으로 안전문화를 강조해냈다. 소련의 불투명한 문화가 원전 사고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굳은 문화를 바꾸려면 충격요법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미국강사는 안전을 훼손하는 직원을 왕따 시키라고 권하고, 일본 강사는 길거리에서 촬영된 동영상에서 위험 인자를 찾도록 감수성 훈련을 요구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사후 조치를 비웃지만, 다른 소까지 잃지 않으려면 한국 속담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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