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최고의 카드요? 없어요

입력 2026-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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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전아현 기자 @cahyun
▲금융부 전아현 기자 @cahyun

“카드사 간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혜택이 가장 좋은 카드를 찾아 ‘환승’하는 게 현명한 거죠. 저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카드업계 담당이 된 후에야 늦깎이로 첫 신용카드를 장만했다. 지출이 유예된다는 사실에 취해 금전 감각이 둔해질까 봐 꽤나 오래 망설였던 탓이다. 업계 사람에게 좋은 카드를 꼽아달라 부탁하자 예상치 못한 조언이 날아왔다.

예전과 달리 상품 차별화가 무색해졌다는 전언이었다. 시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카드 혜택은 대동소이해졌고 이른바 ‘알짜카드’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가 발급을 멈춘 카드는 525종에 이른다. 2024년부터 따져보면 최근 2년간 1120종의 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이유는 분명하다. 카드업계의 곳간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업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2조 3602억원으로 전년보다 8.9% 감소했다. 같은 해 4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이 325조원으로 4.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가 많이 쓰인다고 해서 카드사가 돈을 더 잘 버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세부 지표를 보면 원인은 더욱 뚜렷해진다.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년 새 4427억원이나 증발했다. 반면 이자비용(1068억원)과 대손비용(1179억원) 등 나갈 돈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 결과 총수익이 찔끔 늘어날 때 총비용은 폭증하는 기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경직된 수수료 체계도 카드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카드수수료 개편을 통해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또 한 번 내렸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본업의 수익성이 한층 더 얇아진 셈이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결국 ‘고객 혜택’이다. 카드사로서는 역마진 상품을 도려내는 생존 조치라지만 소비자로서는 쥐고 있던 선택지를 빼앗기는 격이다. 카드업계의 불황이 단순한 실적표 숫자에 머물지 않고 우리 지갑 속의 체감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어느 카드사냐’보다 ‘그때 가장 나은 조건이 뭐냐’가 중요해진 시장에서 카드사만의 색깔은 옅어지고 소비자의 선택 폭은 좁아지고 있다. 산업이 활력을 잃을수록 시장이 풍성해지기보다 하향 평준화되는 악순환이다.

출혈 경쟁으로 돌파구를 찾기에는 업계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제 인프라 유지비를 전가하는 구조적 모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상생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적 시각이 시급하다. 나아가 카드사가 데이터, 정산, 기업 결제(B2B) 등 신사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제도적 길을 터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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