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스타트업 키우는 정부…현장은 생태계·제도 개선 주문[K-방산, 안두릴 프로젝트]

입력 2026-04-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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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방산업계 중기 매출 18% 불과…생태계 개선 지적
중기부, 민군 연계·수출 지원 체계 확대…실증·기술보호는 과제로
“방위사업 넘어 방위산업으로…민간 첨단 기술의 진입 지원 필수”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중소벤처기업부가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 발표 이후 후속 사업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K-방산 육성 및 방산 4대 강국 진입’ 기조에 맞춘 움직임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지원 정책뿐 아니라 근본적인 생태계 조성과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방위사업청의 ‘방위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방산 대기업은 22개사, 중견기업은 30개사, 중소기업은 416개사다. 매출은 △대기업 21조3849억원(68%) △중견기업 4조3721억원(14%) △중소기업 5조6329억원(18%)으로 집계됐다. 중견·중소기업이 전체의 95%를 차지하지만 매출의 70%가 대기업에 쏠려 있다. 방위산업의 대기업 편중 매출 구조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준희 방산중소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중소기업들의 매출 비중이 높은 K푸드, K뷰티와 같은 건강한 산업은 중기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반면, 방산 중기들의 매출 비중이 18%에 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는 결국 방위사업은 있어도 방위산업 생태계는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금이 산업을 만들어갈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중기부가 방산 중기·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배경 중 하나도 이러한 심각한 쏠림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방위산업은 인공지능(AI)·드론·로봇·전자전 등 첨단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돼 대기업만으로의 성장하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기업과 비교해 중기·스타트업은 작고 유연한 조직과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기술 개발에 빠르게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육성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방산 중기·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국내 방산 생태계를 확대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해 K-방산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는 안두릴, 쉴드AI, 팔란티어 등 이른바 ‘샤프 코호트(SHARPE Cohort)’ 기업들이 드론과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다. 중기부는 다음주 국방부와 올해 첫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를 진행한다. 육·해·공·해병대가 모두 참여해 과제를 발굴하고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규모와 내용을 키웠다. 상반기 중엔 챌린지를 한 차례 더 개최하고 추가 확대도 검토 중이다.

해외 진출 지원 체계 구체화를 위해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방산 스타트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탈레스·에어버스 등 글로벌 방산·항공업체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방산 분야 스타트업과의 매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측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조성한 유니콘 프로젝트 펀드를 방산 유망 분야와 연계해 활용하고, 방사청이 별도로 운영 중인 방산 전용 펀드와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6일 경기 성남 이노비즈협회에서 열린 ‘K-방산 진입장벽 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식’에서 이노비즈협회-방산혁신기업협회 간 업무협약 체결에 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6일 경기 성남 이노비즈협회에서 열린 ‘K-방산 진입장벽 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식’에서 이노비즈협회-방산혁신기업협회 간 업무협약 체결에 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업계에선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디테일한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GOP(일반전초) 지능형 작전 지원 체계 사업을 수행 중인 마키나락스의 김민성 본부장은 “사업을 수주하고도 군 데이터 제공 승인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을 겪기도 한다”며 “여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일정 수준의 인프라가 갖춰지겠지만, 그에 맞는 제도·규정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모 있는 사업에서 대기업 제한 경쟁이 잇따라 풀리면서 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이 축소되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안두릴이나 쉴드AI 같은 회사들이 초기에 작은 사업부터 성공 경험을 쌓으면서 급성장한 것처럼,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이 주관사로 참여할 수 있는 전용 트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드론 제작 기업 태경전자의 안혜리 대표는 R&D 과정에서 기업이 제안한 아이템과 기술 방향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안 대표는 “기업이 먼저 발굴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실질적으로 보호되고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결국 범정부적인 방산 중기·스타트업 육성안이 실효성을 높이려면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60년간 해온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민간의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방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생태계 전반에서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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