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DL등 대기업 매물 쏟아지고 기관 자금 몰려
오피스→호텔 전환 가속…글로벌 체인까지 진출

오피스와 물류 중심이던 부동산 대체투자 시장의 흐름이 호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고금리와 공실 우려로 기존 핵심 섹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반면, 외국인 관광객 회복과 ‘K관광’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호텔 자산의 몸값이 뛰면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A그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호텔 개발 부지 확보에 나섰다. 최근 롯데칠성이 보유한 서울 영등포구 일대 부지 인수를 타진했다가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시장의 온기는 실제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KT&G, KT, DL 등 대기업들이 보유 호텔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으며 거래가 활발한 모습이다. 흥국자산운용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지난해 12월 KT&G로부터 사들였다.
DL그룹은 글래드여의도, 글래드강남코엑스센터, 메종글래드제주 등 3개 호텔을 매물로 내놨고, KT도 KT에스테이트가 운영 중인 호텔 5곳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호텔 시장 호황기에 자산을 유동화해 적정 가격에 매각하려는 전략으로 평가했다. 실제 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호텔 투자 거래액은 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와 물류 투자 시장이 위축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관광 수요가 회복하면 호텔 투자가 각광받는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명으로 같은 기간 16% 늘었다. 관광 소비액도 14조4000억원에서 17조40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단순 방문객 증가를 넘어 소비까지 동반 확대되면서 호텔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투자 방식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호텔 수요가 급감하면서 오피스나 주거시설로 용도를 바꾸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오피스와 상업시설을 호텔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서울 명동 보코호텔은 2022년 폐업 이후 오피스 개발이 추진됐지만, 호텔 시장 회복에 맞춰 다시 4성급 호텔로 리모델링해 재개관했다. 동대문 두산타워 역시 호텔 전환을 염두에 두고 매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호텔이 다시 현금 흐름이 나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관투자자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서울 호텔 투자 시장에서 기관투자자 비중은 47.3%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이나 일반 법인보다 연기금·운용사 등 ‘큰손’이 시장을 주도한 셈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진출도 잇따른다. 로즈우드 서울은 용산에 내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누 서울 역시 2027년 서울 진출을 목표로 한다. 만다린 오리엔탈 서울은 서울역 북부 역세권에 2030년 개관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오면 호텔 자산 가치가 오르는 요인이 된다.
업계는 호텔 투자 사이클이 이제 막 본격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호텔은 이미 확실한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며 “호텔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존 오피스나 상업시설을 호텔로 전환해 수익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