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호텔 투자 시장의 초점이 단순 매입에서 가치 제고(밸류업)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객실 가동률 회복과 평균 객실 요금 상승에 따른 운영 수익을 넘어, 도심 핵심 입지의 노후 호텔을 사들여 재개발하거나 브랜드를 바꿔 자산가치까지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한층 뚜렷하다. 호텔은 더 이상 숙박시설에 그치지 않고, 현금흐름과 개발 잠재력을 함께 품은 도심 자산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호텔 거래의 핵심은 현재 수익보다 미래가치로 쏠린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호텔을 주거시설이나 생활형 숙박시설로 전환하는 거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입지 경쟁력이 높은 자산을 매입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브랜드 교체를 통해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호텔 한 채의 영업 실적보다 부지 활용도와 향후 개발 시나리오가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대표 사례가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이다. 이 자산은 기존 호텔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오피스와 호텔이 결합한 대형 복합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강남권의 옛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도 업무·숙박·판매 기능을 결합한 복합 개발로 방향을 잡았고, 쉐라톤 팔래스 강남 부지 역시 실버타운 등 대체 개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과거에는 호텔 운영 실적이 자산 평가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해당 부지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개발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브랜드를 갈아 끼워 자산 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청담 프리마 호텔은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브랜드 ‘아만(Aman)’호텔그룹의 ‘자누(Janu)’ 유치가 추진 중이다. 낡은 중급 호텔을 매입한 뒤 글로벌 상위 브랜드를 입혀 다시 여는 방식은 객실 단가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의 시장 평가 자체를 바꿔놓는다. 서울 명동의 티마크 그랜드 호텔도 그래비티자산운용이 인수한 후 IHG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보코 서울 명동’으로 리브랜딩됐다. 철거 후 신축 뿐 아니라 리브랜딩만으로도 수익성과 자산가치를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호텔 매각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는 흐름도 나타난다. 본업과 거리가 있는 호텔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은 호텔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로서는 입지가 검증된 호텔을 매입한 뒤 리브랜딩이나 재개발로 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고 본다. 투자 저변도 넓어지는 양상이다. 사모펀드나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공모펀드와 리츠(Reits)를 통한 호텔 투자에도 관심이 붙으면서, 호텔을 자산가치 상승과 함께 중장기 현금흐름을 함께 노릴 수 있는 투자처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다만 호텔은 여전히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손대기 어려운 자산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관광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오피스처럼 장기 임차 계약에 기반한 현금흐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객실 가동률과 평균 객실 요금은 경기와 소비,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고, 팬데믹 같은 돌발 변수에 특히 취약하다.
상업용 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좋을 때는 수익이 빠르게 나지만, 반대로 업황이 꺾이면 실적도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장기 임대수익이 사실상 보장되는 오피스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실은 한 번 임차인을 확보하면 공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호텔은 수요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훨씬 크다"며 "대규모 자금을 장기 투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