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민 부채 지형도에서 주식과 가상화폐 등 금융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채 비율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거 관련 부채가 전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사이 금융투자를 위한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서 가계 부채의 새 위험 요소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31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서울시 부채 주된 이유’ 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 시민 중 금융투자금 마련을 위한 부채를 보유했다고 답한 비율은 3.0%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17년(1.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남성은 3.1%, 여성은 2.8%로 남성이 금융투자용 빚을 더 많이 냈다.
주목할 점은 이른바 ‘영끌·빚투’ 열풍이 불었던 2020~2021년 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 현재의 투자 부채 비중이 더 높다는 점이다. 금융투자 부채 비율은 2019년 0.9%로 저점을 기록한 뒤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고, 고금리 여파로 자산 시장이 위축됐지만 2024년 2.4%, 2025년 3.0%로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금융투자가 부채의 주된 목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통계를 분석하면 특히 청년층인 30대의 부채 구조 변화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의 금융투자 목적 부채 비중은 2017년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3.0%까지 치솟으며 5년 만에 3배로 뛰었고 2025년에는 2.4%를 기록했다. 9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뛴 것이다. 이렇듯 젊은 층이 투자 시장으로 내몰리는 배경에는 주거 사다리의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한 전세 보증금을 빚으로 감당하면서 남은 자금력을 투자에 투입해 내 집 마련 종잣돈 마련과 자산 격차를 만회하려는 심리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층이 빚을 내서 주식과 코인 등 위험자산에 뛰어드는 흐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택 매수와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부채 차입에 나선 20~30대가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고위험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9%까지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정의한 고위험 가구는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고(DSR 40% 초과),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DTA 100% 초과) 가구로 정의된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 역시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32조7000억원까지 불어나며 대출을 활용한 투자 증가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단기 고수익을 좇는 빚투 성향이 강해지면서 레버리지 상품 위주인 파생형 ETF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0조4000억원에서 2월 말 19조7000억원으로 두 달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2030세대의 빚투 목적 가계 부채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해당 보고서에서 “소득 수준과 자산 축적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이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등을 위해 빚을 내면서 고위험 가구로 편입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며 “특히 올해 들어서도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 위주로 빚을 낸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 향후 대내외 충격으로 글로벌 자산 가격이 조정받으면 이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가계 부채 관리 방안’ 대책을 이번 주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지난해 1.8%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