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안호영 반도체 이전론 해부…"전북 표심이 국가산업 볼모 잡았다"

입력 2026-03-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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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엔 쾌거라더니 선거 앞두자 돌변"…지산지소·RE100·LNG 3대 논리 조목조목 직격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반박 글. 안호영 국회의원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새만금 이전 주장을 "전북도민 표 얻기용 희망고문"으로 규정하고 지산지소·RE100·LNG 논리를 조목조목 격파했다. (이상일 시장 페이스북 캡처)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반박 글. 안호영 국회의원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새만금 이전 주장을 "전북도민 표 얻기용 희망고문"으로 규정하고 지산지소·RE100·LNG 논리를 조목조목 격파했다. (이상일 시장 페이스북 캡처)
정치가 산업을 집어삼키려는 순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가로막고 섰다.

26일 이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은 단순한 반박문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새만금 이전 주장을 산업론·정책론·정치론 세 층위에서 동시에 해부한 작심 분석서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표적은 안 의원만이 아니었다. "먼 산만 바라보는" 대통령과 정부도 함께 겨냥됐다.

△ 이전론의 해부 1 "생태계 없는 곳에 팹을 옮기면 망한다"

이 시장이 안 의원의 이전론을 격파하는 첫 번째 무기는 반도체 산업의 본질론이다. 그는 "반도체는 전력산업이 아니라 생태계 산업"이라는 명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재·부품·장비·설계·제조·연구개발 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 이 산업에서 전력 하나만을 이유로 입지를 바꾸라는 주장은 반도체 산업의 기본조차 모르는 것이라는 직격이다.

이 시장은 구체적으로 '집적효과(Agglomeration Economies)'를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 투자를 감수하고 용인을 선택한 이유는 경기남부에 이미 두텁게 형성된 소부장 생태계와 인재풀, 그리고 수십년간 축적된 협력 네트워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생태계를 새만금에서 몇 년 안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 시장의 단언은 경제지리학의 기본원리를 국가 정책 논쟁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원전 인근에 반도체 팹이 있어야 한다면 그런 곳이 왜 단 한 군데도 없냐는 반례 제시는 지산지소 논리의 허점을 단 한 방에 찌른다.

△이전론의 해부 2 "RE100도 LNG도 안 의원 논리의 구멍이다"

안 의원이 내세운 RE100 논리도 이 시장에게 낱낱이 해부됐다. RE100이 강제 규범이 아닌 국제 캠페인이라는 지적, 그리고 재생에너지 생산지 인근에서만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PPA(직접 전력거래계약)나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등 제도적 수단으로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는 반박은 기술적으로 정확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라는 표현은 날카롭지만 사실에 근거한 비판이다.

안 의원이 LNG 수급불안을 문제로 제기한 데 대해서도 이 시장의 반격은 거침없었다. "LNG 수급불안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며 한국은 이미 카타르·호주·미국 등으로 수급을 다변화한 상태라고 짚었다. 특정 지정학적 리스크 하나를 이유로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재검토하라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반문은 여론의 상식에 호소하는 동시에 논리의 과잉 확장을 정확히 지적한다.

△이전론의 해부 3 "2023년엔 쾌거, 지금은 이전…같은 사람입니까"

이 시장의 논거 가운데 가장 예리한 것은 안 의원의 태도 변화를 시간순으로 추적한 대목이다. 2023년 3월15일 정부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국가산단을 포함한 전국 15개 국가산단 조성을 발표했을 때,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완주가 수소산업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다며 "쾌거"라고 환영했다. 그때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31일 15개 후보지 가운데 용인만이 유일하게 국가산단계획 정부 승인을 받았을 때도 침묵했다.

그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돌연 새만금이전론을 들고나왔다. "2023년의 안호영과 지방선거 앞둔 현시점의 안호영은 다른 분입니까"라는 이 시장의 질문은 수사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치적 기회주의 비판은 구체적 팩트에 기반하고 있어 법적으로도 안전하다. 변한 것은 용인반도체의 상황이 아니라 안 의원의 선거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진짜 표적 대통령과 정부의 "먼 산 바라보기"

이 글의 마지막 표적이 안 의원만이 아니라는 점이 이 시장의 발언을 단순한 상대 후보 공격으로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시장은 이전론의 진원지로 지난해 12월10일 대통령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들과의 면담에서 "지산지소를 강조하며 남쪽으로 눈을 돌려달라"고 한 발언을 명시했다. 그 이후 이전론이 분출하고, 안 의원도 가세하고, 송전 반대 단체들까지 공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대통령에게 용인반도체 프로젝트 실행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 이전론을 종식시켜 달라고 누차 요청했음에도 "대통령께선 먼 산만 바라보는 모습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현직 시장이 현직 대통령을 향해 공개 SNS에서 이 정도 표현을 쓴 것은 이 사안에 대한 이 시장의 위기의식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것은 용인반도체 이전 논란의 본질이 안호영이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임을 날카롭게 짚은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시장이 이날 SNS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된다. "반도체는 생태계 산업이다. 생태계를 무시한 이전론은 망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론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정부다." 안 의원을 향한 논쟁이 결국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압박으로 귀결되는 구조 이것이 이 글의 진짜 설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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