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박덕배의 금융의 창] ‘금융 허리’ 키워야 私금융 잡는다

입력 2026-03-26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금융의창 대표/정책평가연구원 비상근연구위원

급전 필요땐 대출 여부가 우선순위
저축銀·대부업 등 최종단계 강화해
저신용자 합법적 돌파구 넓혀줘야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7000건을 넘으며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피해 신고와 구제를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불법사금융 문제를 단순한 범죄 문제로만 접근하면 답을 찾기 어렵다. 이 시장은 일정한 경제적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가 아니라 빌릴 수 있는가이다. 병원비나 생활비처럼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금리보다 대출 접근성이 더 중요하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막히면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장으로 이동한다. 결국 그 공백을 불법사금융이 메우게 된다. 정부도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공급 규모와 대상에 한계가 있어 금융공백을 충분히 메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불법사금융 논쟁은 주로 최고금리 문제에 집중되어 왔다.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이 논쟁만으로는 문제의 핵심을 설명하기 어렵다. 불법사금융의 본질은 금리 수준보다 금융 접근성과 금융시장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도 일종의 사다리 구조를 가진다.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차주는 저축은행이나 소비자금융회사로 이동하고, 그마저 어려우면 더 높은 금리의 시장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단계가 충분히 존재하면 금융 수요는 제도권 안에서 흡수된다. 그러나 중간 단계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으면 차주는 곧바로 비공식 금융시장으로 밀려나게 된다.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를 보면 은행 중심의 금융체계가 강하고 신용점수에 따른 대출 심사도 엄격한 편이다. 그 결과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한 차주가 이동할 수 있는 금융 단계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은행과 고금리 시장 사이의 중간 금융시장, 이른바 금융의 ‘허리’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 중간 금융시장에는 저축은행이나 소비자금융회사뿐 아니라 등록대부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등록대부업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차주에게 마지막 단계의 합법 금융을 제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등록대부업 제도 역시 과거 불법사금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출 총량 규제와 건전성 관리 강화 등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위축되면서 이러한 중간 금융시장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는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한 영역이 위축되면 그 수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중간 금융시장이 위축될수록 그 수요는 다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불법사금융 이용 계층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뿐 아니라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에서도 이용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불법사금융 문제가 단순한 범죄 문제가 아니라 금융 접근성과 노후 소득 구조 등 경제 구조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불법사금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단속을 강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불법사금융은 금융공백이 존재하는 한 다른 형태로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은행과 고금리 시장 사이의 금융의 허리, 즉 중간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등록대부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중간 금융시장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금융공백을 줄일 수 있다. 금융의 허리가 약하면 그 공백을 불법사금융이 메운다. 불법사금융 문제는 단속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공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출구전략은 최측근?...“국방장관이 먼저 이란 공격하자 해”
  • 서울 아파트값 둔화 멈췄다⋯상급지 하락·외곽 상승 혼조세
  • 3월 배당주, 배당금 받으려면 언제까지 사야 할까? [그래픽 스토리]
  • 프로야구→월드컵 온다⋯'유니폼'이 다시 뜨거운 이유 [솔드아웃]
  • 단독 김승연 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최근 비공개 결혼식
  • 이란, 호르무즈해협 이어 홍해도 위협...공급망 불안 가중
  • 정부, 유류세 인하 폭 확대...경유 10→25%·휘발유 7→15%
  • 당정, 25조 ‘전쟁 추경’ 협의…민생지원금 선별·차등 지원
  • 오늘의 상승종목

  • 03.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4,751,000
    • -1.6%
    • 이더리움
    • 3,130,000
    • -3.87%
    • 비트코인 캐시
    • 697,500
    • -2.45%
    • 리플
    • 2,067
    • -2.36%
    • 솔라나
    • 132,700
    • -3.77%
    • 에이다
    • 388
    • -4.67%
    • 트론
    • 469
    • +1.74%
    • 스텔라루멘
    • 260
    • -2.2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930
    • -1.92%
    • 체인링크
    • 13,480
    • -3.78%
    • 샌드박스
    • 117
    • -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