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자본시장서 넥스트 타깃 리스트 거론 [거세진 행동주의 下-①]

입력 2026-03-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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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시장 관심은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변화에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공포된 상법 개정 내용에 따라 자사주 보유·처분과 관련한 공시 및 정관 정비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간 자사주를 쌓아두기만 했던 기업들에 대한 주주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 시즌의 가장 큰 변곡점은 지난 6일 시행된 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라 자사주 보유 및 처분과 관련한 공시 의무 대상이 기존 지분율 5%에서 1%로 대폭 확대됐다. 이는 그동안 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소규모 자사주 보유 기업들까지 주주들의 직접적인 모니터링 범위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1.7%)나 DL이앤씨(2.9%)처럼 새롭게 규제 사정권에 진입한 기업들은 이번 주총부터 주주들로부터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사주 활용 계획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주목할 만한 타깃 기업들 공통점에 주목한다. 자사주 지분율이 1%를 넘어서면서도 배당성향은 20%를 밑돌고, 풍부한 현금을 보유했음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와 DL이앤씨를 비롯해 영원무역, 농심 등이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견고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주주 환원에는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강력한 주주 제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자사주를 없애는 것을 넘어 배당을 늘리라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최근 실적이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이 과거 평균치를 밑도는 기업들이 집중 타격 대상이다. 자본 유보율은 높아졌지만 배당에는 인색한 한국앤컴퍼니, 농심, 현대위아, LX홀딩스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은 최근 배당성향이 과거 3년 평균보다 낮고, 같은 기간 자본유보율은 높아진 데다 순현금 구조와 낮은 PBR을 갖춘 곳들이다.

올해 코스피200 기업들의 정기주총 안건에서도 이런 변화 흐름은 확인된다. LS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가운데 191개사가 개정 상법 내용을 정관에 반영했고, 자사주 보유·처분 관련 조항을 신설한 곳도 21개사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보통주 7336만 주와 우선주 1360만 주를 소각 대상으로 명시하며 주주환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사주 지분율이 10%가 넘는 24개 기업 중 17개사는 구체적인 처분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예외 조항을 확보하려는 기업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주 간의 이른바 눈치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주식 제도의 개선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공정성을 회복하고 주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며 “세법·자본시장법 등 후속 입법 정비와 기업의 자발적 소각 노력이 뒷받침될 때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와 기업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제도 개정으로 보강된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체력은 증시 하방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미 주주제안과 적극적 주주행동이 시작된 기업들의 변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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