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근로자추정제’ 도입,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입력 2026-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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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한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정부는 올해 5월 1일까지 ‘근로자 추정제’에 대한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자 추정제란 타인의 사업에 직접 노무를 제공하면(노무제공자)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노무를 제공받은 사용자 측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제도이다.

현재 이와 관련된 6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임금, 퇴직금, 연장·야간·휴일 등 각종 법정수당, 연차휴가, 징계, 해고 등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민사분쟁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람은 일단 근로자로 추정된다. 즉 노무 수령자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증명을 해야만 근로자가 부인되는 것이다.

특고·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 인정 추진

아울러 형사처벌과 연계되는 고용노동부 진정·고소·고발 등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이 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 여부 확인을 위해 노무수령자인 사업주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감독관의 요구에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특수고용 및 플랫폼 종사자 수가 약 144만명으로 추정된다. 특정 회사에 전속되어 있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방문강사, 택배·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레미콘 믹서트럭 등 건설기계 조종사, 화물차주, 방문판매원, 그 외 다수의 플랫폼 종사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물론 근로자 추정제가 바로 특수고용 및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자인 근로자의 범위 확대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달 10일부터 소위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서의 결격 사유로 본 개정 전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삭제하고, 법적 자격이 부여되는 노조 조직과 가입의 범위를 확대했다. 즉, 그동안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수고용 및 플랫폼 종사자도 노조 설립 및 가입을 가능하게 했다. 노란봉투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 범위에 추가하였는데, 특수고용 및 플랫폼 종사자가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했을 때 이 조항이 적용될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근로자추정제까지 도입되는 경우 다수의 사업장에 노사관계 및 개별계약에서 갈등과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와 레미콘 믹서트럭 차주를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근로자 해당 여부에 대한 변화를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노란봉투법 업은 분쟁 폭증 대비해야

예컨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직종의 종사자가 노조를 설립한 후 소속 사업주와 원청사업주에게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임금, 수당, 퇴직금 등에 대한 요구를 하게되면 과연 어떻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생각이 든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갑작스런 많은 변화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노란봉투법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제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급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현재 운영 중인 특고, 플랫폼 종사자와의 계약서 등 노무관리실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다가오는 노동관계법령의 변경에 신중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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