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시 발전 사각지대 놓인 ‘시민안전’

입력 2026-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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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도로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건설현장을 접하게 된다. 그때마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중장비가 도로와 인접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며든다. 실제로 올해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천공기 전도사고로 택시기사와 승객이 다쳤다. 작년에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터널공사 중 붕괴로 인해 도로를 주행하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모두 시민이 직접 피해자가 된 참사였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법은 공사 현장 주변을 통행하는 시민 안전을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도 건설공사로 인한 시민 안전사고는 여전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공사현장 주변 시민, 위험에 노출돼

우리 사회는 산업재해에 대해서 비교적 체계적인 법과 제도를 갖추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이 공사 현장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사장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과 그곳을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승객 혹은 단순히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주민들은 안전망 밖에 있다. 이는 명백한 제도적 불균형이자 사회적 모순이다.

시민이 매일 오가는 길목에서 공사 중 발생하는 사고를 단순하고 예외적 사건으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안전 펜스와 건설장비 운용 기준, 지반 조사와 사전 검증 절차 등 기본적인 안전 관리가 시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공사 중 발생하는 시민 안전을 중대시민재해 개념으로 포함시키는 법적 개정이 시급하다. 기업과 발주 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고 발생 시 강력한 책임을 묻고 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법률 조항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시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번에 발생한 대구 천공기 전도사고와 강동구 땅꺼짐 사고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가 시민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물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하청업체나 현장 관리자에게 떠넘겨진다. 또한 보상 절차조차 복잡하게 얽혀 신속히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는 억울한 죽음이나 부상을 감내해야 하고 사회는 또 다른 사고를 기다리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중대시민재해’ 법제화 검토할 만해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의무이며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사회적 범죄에 가깝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시민의 생명은 그 어떤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공사 현장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불안은 개인적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제도적 허점이 만들어낸 사회적 불안이다. 대구와 서울에서 발생한 사고는 우리 사회가 시민 안전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음이다. 시민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해 강력히 대응하는 것만이 반복되는 참사를 막는 길이다.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첫걸음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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