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용·교육용도 시간대 조정…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확대, 주택용 히트펌프 선택권도 강화

전기가 남는 낮에는 요금을 낮추고, 수요가 몰리는 저녁에는 요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전면 손질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과거 대형 화력발전 중심으로 짜인 가격 신호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1977년 도입된 계절·시간대별 요금체계를 49년 만에 뜯어고치면서 산업계 부담 완화와 전력 수급 효율화를 동시에 노린 조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3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용(을) 요금 조정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반응해 수요 조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산업용(을) 소비자를 중심으로 시간대 구분 변경, 시간대별 단가 조정, 봄·가을 주말 할인 등 3가지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평일 시간대 구분이 바뀐다. 기존 최고요금 시간대였던 오전 11시~정오, 오후 1~3시는 중간요금 구간으로 조정된다. 반면 저녁 6~9시는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 구간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낮 시간대 요금이 중간요금으로 사실상 통일돼 기업들이 전력 사용량을 더 쉽게 계획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단가도 조정된다. 산업용(을)의 경부하 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5.1원 오른다. 반면 최대부하 요금은 여름·겨울철 16.9원, 봄·가을철 13.2원 내려 평균 15.4원 인하된다. 정부는 이번 조정이 낮 시간대 전력 사용을 유도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봄·가을철에는 추가 할인도 도입된다. 출력제어가 자주 발생하는 3~5월, 9~10월의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요금을 50% 할인한다. 이 제도는 2030년 12월 31일까지 약 5년간 운영되며, 산업계 참여도에 따라 연장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5년 전력 소비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산업용(을)을 적용받는 기업의 약 97%인 3만8000여 개 사업장에서 요금이 내려갈 것으로 봤다. 평균 인하 폭은 kWh당 약 1.7원이다. 주간 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2.7원, 대기업은 1.1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조업하는 기업은 16~18원 수준의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른 요금제도 함께 바뀐다. 산업용(갑)Ⅱ는 같은 산업용이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적용되고, 일반용(갑)Ⅱ·(을)은 상가·빌딩·업무시설 등 일반 사업용 전기에, 교육용(을)은 학교 등 교육시설 전기에 적용된다. 이번 개편에서는 산업용(을)에 가장 큰 폭의 변화가 적용됐고, 산업용(갑)Ⅱ와 일반용·교육용은 주로 시간대 구분 조정이 이뤄진다.
산업용(을) 개편안은 4월 16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변경된 요금체계에 맞춰 조업을 조정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유예를 신청한 기업에는 9월 30일까지 추가 준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산업용(갑)Ⅱ, 일반용(갑)Ⅱ·(을), 교육용(을) 등 다른 계절·시간대별 요금 적용 종별은 6월 1일부터 개편안이 시행된다.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도 손질된다. 전력 소비 조정이 비교적 쉬운 특성을 반영해 시간대 구분 기준 조정과 함께 산업용(을)에 적용되는 봄·가을 주말 할인도 같이 적용된다. 전기차 충전전력요금 개편안은 산업용(을)과 마찬가지로 4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주택용에서는 히트펌프 요금제 기준도 바뀐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유리한 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주택용 누진제를 그대로 적용받는 방식, 히트펌프 사용 전력만 분리해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는 방식, 제주에서만 운영되던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을 육지에서도 선택하는 방식 등이다. 변경된 기준은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춘 가격 신호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개편으로 그간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재생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봄·가을철 발생하는 출력제어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송전비용과 균형성장 등을 고려해 지역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