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총 취업자 수 상승 ‘착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필요

올해 들어 반도체 호조에 따른 증시 상승과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등 거시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중동 전쟁 발발로 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동성 속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진정한 경제 회복은 고용 창출에서 비롯된다. 고용이 늘어야 소득이 올라가고 소비 지출 여력이 커지는 까닭이다. 다행히 국내 고용은 지표상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간 취업자는 2025년 2,876만 9천 명으로 전년 대비 19만 3천 명 증가했고, 1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62.9%로 전년 대비 0.2%p 상승했다. 실업률도 2.8%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월에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 8천 명 늘었고 고용률은 61%를 유지했다. 총량 수치만 보면 한국 고용은 완만하지만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용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고용을 통해 경제가 성장함을 체감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량은 유지하고 있으나, 고용의 구조와 질은 오히려 악화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15~29세 청년 고용의 고질적 부진이다. 청년 고용률은 2025년말에 44.3%, 올해 1월에는 43.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올해 1월 말 6.8%로 작년말 6.2%에 비해 상승했다. 체감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이 급속히 줄고 있는 점도 문제다. 산업별 고용을 보면 2026년 1월에 건설업은 전년동월에 비해 2만 명 제조업은 2만 3천 명이 줄었다. 두 산업 내 취업자 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경기와 투자에 민감하고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은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줄고, 이에 비해 고용 조건이 떨어지는 돌봄 등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고용의 무게 중심이 생산과 수출에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대응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도 심각하다. 비정규직은 이미 임금 근로자의 40% 수준에 육박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격차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고용구조도 왜곡되고 있다. 고령층 고용은 증가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단시간, 저임금, 비정규 일자리에 머물러 있다.
국내 고용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와 산업 변화에 따르는 노동 수급 전환 속도의 불일치에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산업 부문에서는 디지털과 AI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교육과 직업훈련 등 인력 전환 지원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졸 인력은 많지만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는 기술직과 현장 숙련 인력은 부족하고,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기반해 정규직은 과도하게 보호하고 비정규직은 취약한 고용구조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의 이동성과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 경기 대응과 함께 과감한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우선 제조와 건설 부문의 급격한 고용 위축을 완화할 민간과 공공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들의 취업 선택지를 늘려주어야 한다. 단순 학력이 아닌 직무 중심 채용 확산,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한 임금·주거·훈련 패키지 지원, 청년 조기 취업 교육 및 일자리 알선 체제 확립 등이 요구된다. 셋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제도화, 사회보험 적용 확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넷째, 전환기 인력 재교육 체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산업단지 단위의 상설 전직 지원센터와 기업 주도 재교육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 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소다. 국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연령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보다 매우 늦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 여건 격차가 너무나 커서 첫 직장을 좋은 곳에서 시작하려는 ‘취업 상향 지원’ 경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학력과 ‘채용 스팩’을 쌓으려 장기간의 취업 준비 시간이 요구된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은 실질적인 생산가능인구 부족으로 연결되어 국가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우선 직무 기반 국가표준을 정비하고, 공공부문부터 직무 중심 채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중소기업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과 연계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 청년 고용이 늘어야 경제에 활기가 돌고 경제성장도 실제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