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계 평화 안보에 아주 작은 대가”
골드만삭스 “유가 140달러로 2008년 최고치 웃돌 수도”
美 금리 인하 전망 후퇴…“일러야 9월”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나란히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물론 120달러에 근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한때 전 거래일 대비 31% 폭등해 119.48달러까지 치솟았다. WTI가 30% 이상 뛴 것은 1988년 말 이후 처음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28% 뛴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잇따라 감산에 나서 공급 불안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원유 저장 시설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감산에 돌입했고, 이라크 역시 지난주 일부 원유 생산 중단에 착수했다.
중동 정세 불안은 에너지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다. 특히 원유 가격 급등은 자동차 중심 사회인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에 민감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됐음에도 미국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가격 급등에 대해 “미국 및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것이라면 아주 작은 대가”라며 “이란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원유 가격은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고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폐쇄될 경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 급등은 세계 경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가운데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성장 둔화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의 심 모 시옹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주일간 선박 운항이 중단되면서 에너지 충격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유가와 미국 달러 가치, 글로벌 국채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전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금리 전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하하는 데 그치고 첫 인하 시점도 9월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7월부터 두세 차례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