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적 과징금 감경 요소 삭제·감경률 최대 10%로 축소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과 사익편취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강화한다. 부과기준율 하한을 크게 높이고 반복 위반사업자에 대한 가중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들의 과징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공정위는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과징금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0일부터 30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고시 개정안은 기업들이 법을 관행적·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배경에 현행 과징금 제도가 제재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공정위는 법 위반으로 얻는 부당이득을 넘어서는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과징금 하한 규정 제도 개선에 나선 건 상한을 아무리 높이더라도 실제 과징금 부과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서다. 또한 정부가 최근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담합 근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제도 개편 역시 이런 정책 기조 속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과징금 부과와 (과징금 수준이) 상한에서 너무 낮아지지 않도록 담합의 중대성이 중간이나 심각할 땐 (과징금의) 하한까지 둘 수 있는 내용으로 시행령 또는 과징금 고시를 개정할 것"이라며 밝힌 바 있다.
우선 담합과 사익편취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과징금 산정 기준을 대폭 상향한다. 담합의 경우 효율성 증대 효과 없이 시장의 경쟁질서를 왜곡하고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반행위라는 점을 고려해 하한을 크게 높인다.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는 현행 0.5~3.0%에서 10~15%로, 중대한 위반행위는 현행 3~10.5%에서 15~18%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10.5~20%에서 18~20%로 각각 상향된다.
부당지원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사익편취)에 대한 부과기준율도 강화된다. 이들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다른 위반행위와 달리 지원금액 또는 제공금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된다. 그러나 현재 부과기준율 하한이 20%에 불과해 지원금액보다 적은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부과기준율 하한을 현행 20%에서 100%로 상향해 중대성 정도와 관계없이 지원금액 전부가 과징금으로 환수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상한도 160%에서 300%로 높여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반복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가중도 강화한다. 현재는 과거 5년간 1회의 위반 전력이 있는 경우 10%를 가중하고,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80%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1회의 위반 전력만으로도 최대 50%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되도록 가중 비율을 크게 높였다.
특히 담합의 경우 제재를 더욱 강화한다. 과거 10년간 한 차례라도 담합으로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업자는 최대 100%까지 과징금이 가중될 수 있도록 했다.
임의적 과징금 감경 요소도 삭제하거나 감경 비율을 축소한다. 현재는 공정위 조사 단계와 심의 단계에서 협조한 사업자가 단계별로 10%(총 20%)까지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사와 심의 전 단계에 걸쳐 협조한 경우에만 총 10%까지 감경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자진 시정에 따른 감경률도 현행 최대 30%에서 10%로 축소되며, 가벼운 과실에 따른 감경 규정(10%)은 삭제된다.
아울러 공정위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협조해 과징금을 감경받은 사업자가 이후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진술 내용을 번복하는 경우, 기존 처분에서 적용된 감경 혜택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세부 평가 기준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그간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미비점도 함께 보완할 계획이다.
김근성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그동안 조사 단계와 심의 단계에서 협조하면 과징금 감경이 가능했는데 일부 기업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심의 조사 등 처음부터 끝까지 협조한 경우에만 감경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는 게 큰 틀"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에 제출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전원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김 심판관리관은 "4월 중 전원회의에 상정해 통과하면 늦어도 4월 30일까지는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