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국내 사모대출은 안전한가

입력 2026-03-0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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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자본전략부장
▲임정수 자본전략부장

“2007년 8월과 같은 탄광 속 카나리아인가”

지난 2월 19일, 미국의 대형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캐피털이 자사 펀드 ‘OBDC II’의 환매를 영구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글로벌 금융회사 알리안츠그룹의 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시장에 던진 질문이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위기의 전조 증상을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인다. 광부들이 유독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들고 갱도에 들어가던 것에서 유래했다.

2007년 8월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관련 펀드 환매를 중단한 이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역사적 사례를 들어 나온 우려의 표현이다. 3070억달러(약 445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거대 운용사가 펀드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선언한 일은 엘-에리언 고문을 비롯한 많은 시장 참여자에게 2007년의 ‘데자뷔’로 다가왔을 테다.

우려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블루아울 환매 중단 이후 불과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사모대출 펀드 ‘BCRED’로 총 38억달러(약 5조6000억원)어치의 펀드 환매 신청이 들어왔다.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내 돈 돌려줘”를 외쳤고, 블랙스톤은 펀드 자산의 7.9%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을 수용했다. 블루아울도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대규모 자산 매각에 나섰다.

한 번 사모대출에 대한 의심의 싹이 트기 시작했으니, 유사 환매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의 사모대출 시장은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와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쏠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스타트업 엔스로픽이 내놓은 AI ‘클로드 코워크’의 무지막지한 능력은 다른 AI 소프트웨어 무용론으로 번졌고, 사모대출을 받은 기업의 대규모 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사모대출 펀드 투자액도 불어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12개 증권사 기준 해외 사모대출 펀드 국내 판매 잔액은 2023년 말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7조원으로 늘었다. 개인투자자 판매 잔액은 같은 기간 1154억원에서 4797억원으로 3.2배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주요 증권사에서 판매된 해외 사모대출 펀드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해외 사모대출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듯 보인다.

사모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했다. 은행이 줄인 대출을 사모 운용사가 대신 공급하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2조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은행과 달리 사모 시장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정보 공개 수준이 낮고, 자산 가치 평가가 불투명하며, 유동성 관리 체계가 취약하다. 국내 규제 환경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사모대출 중단 사태가 확산하면 국내 사모대출 및 사모채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1년간 기업과 특수목적법인(SPC)가 발행한 사모채만 50조원을 넘어선다.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와 사모펀드(PEF) 등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사모대출도 최근 수년 새 급속도로 불어났다.

마국의 간헐적 사모대출 사태가 금융위기로 번질 것이라 예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험 요인을 해외 사모대출펀드에 한정하지 말고 보다 광범위하게 점검해야만 정확한 상황 진단과 적절한 대비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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