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국내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5위, 해당월 기준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급증하는 등 IT부문 중심으로 호조세를 유지한 데다 이 기간 석유 등 에너지 원자재 수입 가격도 낮았던 결과다. 그러나 최근 중동 사태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향후 경상수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 규모는 132억6000만 달러 흑자로 추산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월(187억 달러)보다 규모는 줄었으나 이 역시 역대 5위 수준이다. 경상수지는 2023년 5월부터 3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해 2000년대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15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로는 역대 3위다. 상품수지는 경상수지의 핵심 항목으로 특정 기간 동안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수출액)에서 상품을 수입하고 지불한 외화(수입액)를 뺀 값으로 산정되는데 1월에는 수출액과 수입액 모두 증가했다.
1월 수출 규모는 65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반도체가 102.5% 급증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고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주변기기 수출도 각각 89.7%, 82.4% 늘었다. 비IT에선 승용차(19%) 수출 성장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확대됐다. 이 기간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급증한 반면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다. 수입이 급증한 자본재 주요 품목으로는 △반도체제조장비(61.7%) △반도체(22.4%) △정보통신기기(17.9%) 등이 이름을 올렸다. 소비재 품목으로는 금과 승용차 수입액이 전년 대비 각각 323%, 28%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월 중 석유 수입(통관 기준)은 18% 가량 줄었고 가스 역시 12.5% 줄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월 경상수지는 1월 기준 역대 최대이며 전체 월 기준으로도 5위를 기록했다"면서 "상품수지는 통상 연말에 수출이 집중되는 계절성이 사라져 전월 대비 흑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IT 수출 호조와 설 연휴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1월 중 서비스수지는 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는 17억4000만 달러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폭(△11월 -9억7000만달러 △12월 -14억 달러)을 키웠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제부장은 이에 대해 "1월에는 전월 대비 출국자 수가 근거리 지역인 일본 등을 중심으로 출국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입국자 수는 중국을 제외한 타 국가에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행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배당 및 투자소득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는 27억2000만 달러 흑자로 전월(47억3000만 달러) 대비 급감했다. 해외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축소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14억 달러 이상 줄어든 여파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56억3000만 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34억6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채권 중심으로 46억9000만 달러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증가폭(132억 달러)은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한편 한은은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 부장은 "미국과 이란의 무역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직접적으로 상품 수입액을 높이고 수출 둔화 등 간접적으로 상품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진 불확실성이 높아 예단하긴 어려우나 과거 2025년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사례를 보면 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후 하락해 경상수지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지면 서비스수지의 수입과 지급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