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되는 곳’만…쏠림과 규제가 만든 불균형 지도 [서울, 정비사업이 가른 동네 계급②]

입력 2026-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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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책정 유리한 상급지 쏠려
21만가구 중 강남 3구 4.2만가구
성북ㆍ동대문 등도 1만 가구 넘어
노ㆍ도ㆍ강 등 높은 용적률에 ‘난항’
사업성에 좌우⋯인프라도 영향

서울 아파트 공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결국 ‘정비사업의 사업성’이다. 공급 주체인 건설사는 미분양 걱정이 없고 공사비 충당이 수월한 쪽에 집중한다. 소위 핵심지 또는 선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대체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조합 등 시행 주체의 자금 여력이 풍부해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기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속하지 못한 곳들은 진입을 꺼릴 수밖에 없고 사업을 시작해도 거센 저항을 자주 마주하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8일 본지가 분석한 ‘2015년 이후 서울시 구별 정비사업 아파트 공급실적(준공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년간(2015~2025년) 서울에는 재개발 10만5040가구, 재건축 10만9404가구 등 총 21만여 가구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다.

이 물량은 지역별로 뚜렷하게 쪼개졌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한강 이남 상급지에서는 재건축이 압도적이었다. 공급 상위권 지역은 예외 없이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냈다.

전체 공급 1위를 기록한 강동구는 11년간 재건축 사업을 통해서만 무려 3만5233가구가 쏟아졌다. 서초구(1만6845가구), 강남구(1만5220가구), 송파구(1만207가구) 등 강남 3구도 재건축 물량이 많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공사비에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보니 사업이 원활하게 굴러갔다.

강북권은 재개발 위주로 공급됐다. 성북구(1만6203가구), 동대문구(1만4820가구), 은평구(1만4239가구), 서대문구(1만2551가구) 등이 뉴타운 등 굵직한 재개발 구역 입주를 통해 1만 가구 이상의 실적을 냈다.

서울의 대표적 외곽지로 꼽히는 곳들은 정비사업에서 철저히 소외돼 ‘사각지대’로 남았다. 도봉구, 금천구, 구로구 3개 자치구는 지난 11년간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 실적이 ‘0’이다. 광진구(재건축 1732가구), 강북구(재건축 1231가구, 재개발 1503가구) 역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는 결국 사업성 때문”이라며 “지금 시장의 흐름 자체가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하지 않고서는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공급이 많이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가격 변동이 사업성을 결정짓는 핵심 고리라고 진단했다. 윤 위원은 “정비사업이 잘되려면 사업성이 받쳐줘야 하고 그런 점에서 가격이 오르면서 사업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강남 3구에서 많이 공급되는 결과로 나타났다”며 “상대적으로 노·도·강 같은 지역은 실제로 사업성 측면에서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재건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사각지대는 기존 용적률이 높아 추가 분양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집값도 싼 편이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점이다. 다만 광진구는 대부분 20~30년 차 아파트라 재건축 대상이 될만한 사업지가 없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최근 10여 년간 정비사업 공급 물량이 적은 이유로 꼽힌다.

기반시설·생활 여건 격차도 서울 내에서 지역별 공급 물량 차이를 만들어낸 배경이다. 기반시설·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일수록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수월할 뿐 아니라 수요자가 많고 그만큼 사업성에 확보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다시, 강북전성시대 2.0’, ‘서남권 대개조 2.0’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오랜 세월 벌어진 강남권과 그 외 지역의 인프라 간극이 너무 크다는 방증인 동시에 해결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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