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의 대형 사기극⋯부두아, 그래서 명품일까 아닐까 [솔드아웃]

입력 2026-02-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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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아무도 사라킴에게 가짜라고 하지 마라

희대의 사기꾼인데 응원이 이어집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속 사라킴을 향해서인데요.

존재하지도 않는 100년 전통을 덧붙이고 부품을 영국에서 조립했다는 이유로 '유럽산 명품' 타이틀을 획득하며 원가 18만원의 가방을 최고 1억원에 판매하는 그의 브랜드, '부두아'에 대해서도 "명품 맞지"라는 시청자들의 인정(?)이 나옵니다.

다만 이 인정에는 씁쓸한 자조가 깔려 있습니다. 분명 드라마지만, 실제 명품이 인기를 얻는 구조, 소비되는 방식과 닮았기 때문인데요. '레이디 두아'는 주연 배우 신혜선의 연기 차력쇼에서 시작해 '본질'에 대한 불편함까지 남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명품이 뭔데?…'레이디 두아'가 던진 질문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 분)과 그의 욕망을 추적하는 경찰 무경(이준혁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한 인물을 둘러싼 엇갈린 기억과 복수의 정체성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구조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인물의 욕망과 진실의 경계를 섬세하게 파고들죠.

기세가 좋습니다.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쇼 3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청신호를 켰는데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서 발표한 2월 2주차(2월 9일~2월 15일)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1위에 등극하는가 하면 주연 신혜선은 TV-OTT 통합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 1위를 기록했죠. 신혜선은 드라마·비드라마 출연자 전체 순위에서도 1위에 올라섰습니다. 신혜선과 함께 주연을 맡은 이준혁도 6위를 차지하면서 '레이디 두아'에 쏠린 관심을 입증했습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작두 탔다', '연기 차력쇼'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두드러지는 신혜선의 열연, 이름부터 나이, 출신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 사라킴,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이름과 관계 등 흥미로운 요소가 즐비하지만 즐겁기만 하지 않은 질문도 있습니다. '무엇이 본질이냐'는 거죠.

극 중 사라킴에게 명품은 단순한 가방이나 패션 아이템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 '부두아'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신분을 입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100년 전통을 만들어내고, 영국 왕실 관련 설정을 덧붙이며 브랜드에 권위를 부여하죠. 대기 리스트와 한정 수량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그 세계의 작동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라킴은 명품을 '구매자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도구'라고 정의합니다. '아무나 구매할 수 없다'는 이미지를 덧씌워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소비해온 명품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레이디 두아'는 그래서 불편합니다. 부두아를 사기라고 정의하는 순간, 우리가 소비해온 명품의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스칠 수 있기 때문이죠.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부두아 18만원, 디올 8만원…씁쓸한 자조

극중 부두아 가방은 수천만원, 최고가 제품의 경우 1억원대의 가격에 판매됩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가방의 원가는 18만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데요. 사라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명품의 가치가 원가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좇는 건 '명품'이 아니라 명품이 주는 사회적 지위"라며 "저는 우월감이라는 부가가치를 판매했고 그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황당합니다. 18만원짜리 가방이 1억원대에 판매되다니… 그런데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그냥 코웃음 치며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어딘가 익숙한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명품의 '원가'는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400만 원에 달하는 한 가방 원가가 8만원 수준이라는 외신 보도는 충격을 안겼고요. 원가가 아니더라도 수백만~수천만원대 가격에 걸맞지 않은 품질 논란이 심심찮게 불거지는 현실입니다.

2006년 '빈센트앤코' 사건은 브랜드의 시작부터 부두아와 닮아 눈길을 끕니다. '유럽 왕실에만 납품하는 100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 시계'라는 타이틀로 소비자를 사로잡았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부품을 경기도 시흥의 공장에서 조립한 제품이었는데요. 수입 신고 필증을 취득하기 위해 제품 중 일부를 스위스로 가져가 역수입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탑 핸들을 영국에서 조립해 '유럽산 명품' 호칭을 획득한 부두아와 똑닮아 있죠.

물론 명품 가격에는 소재와 인건비, 유통 구조, 브랜드 가치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됩니다. 단순히 원가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 '브랜드 가치'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부풀려진 환상과 소비자의 인정 욕구가 만날 때 발생할 수 있는데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도 이와 연관되죠. 사라킴이 언급한 '우월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합니다. 명품은 이제 품질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타인과 나를 분리하는 도구로 기능하는데요. 원가 18만원과 판매가 1억원 사이의 간극은 제품의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구별의 비용이 되는 셈입니다.

또한 소비자는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 계층에 편입됐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구매하는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에 매몰될 수도 있는데요. 디올이나 부두아를 손에 쥐는 순간, 소비자는 자신이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삽니다. 결국 원가 논란이 반복됨에도 명품 시장이 건재한 이유는 우리가 지불하는 수백만~수천만원이 장인의 숙련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현실의 결핍을 메워줄 '심리적 통행료'로 통하기 때문이죠.

부두아가 단순한 '가짜 브랜드'가 아닌 것도 이 때문인데요. 원가는 밝혀낼 수 있어도, 타인의 시선에 기대어 완성되는 인간의 허영심에는 정해진 가격표가 없다는 서글픈 자화상을 비추는 셈입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명품에 덜 설레는 세대, 이들의 선택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부두아에 대한 응원은 의미심장합니다. "이게 차라리 솔직한 명품"이라는 반응은, 명품 브랜드들이 수백 년간 공들여 쌓아온 서사가 사실은 사라킴이 설계한 사기극만큼이나 무의미할 수 있다는 불신과 무관하지 않죠. 거듭된 가격 인상과 품질 논란, 불투명한 유통 구조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태도 역시 달라진 겁니다.

젊은 세대 사이 명품 대신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가 자리 잡은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9월 전국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듀프 소비 트렌드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듀프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48.8%로 부정적 의견(9.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Z세대는 명품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저렴한 '유사 제품(47.8%)'을 사는 데 거부감이 없습니다. 어차피 명품이나 듀프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라면, 굳이 수천만원의 '환상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실용적인 이중성이죠.

결국 Z세대에게 명품 소비는 부를 과시하기보다는 '나는 이런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야'라는 사회적 명함을 내미는 행위에 더 가깝습니다. 18만원짜리 부두아 가방이 1억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 완벽한 품질의 가방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취향'과 '우월감'을 완벽하게 편집해준 콘텐츠였기 때문입니다.

사라킴과 부두아를 향한 시청자들의 묘한 응원은 명품이 주는 '환상'의 실체를 알면서도 그 즐거움을 기꺼이 누리고자 하는 현대인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따지기보다 내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살피는 시대. '레이디 두아'는 우리에게 각자의 욕망이 머무는 자리가 어디인지 묻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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