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장 실패 뒤 국가 개입…‘골든타임’ 놓친 대가 막대 [해외실험실: 부동산이 무너진 뒤 ③]

입력 2026-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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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5년 가까이 장기 침체 늪
늦은 정부 대응 고통 키워…개입 시점 관건

스페인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시장 실패를 제때 수습하지 못하면서 결국 2012년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12일 스페인 엘카노왕립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초기 충격을 과소평가해 대응 시점을 놓쳤고 그 대가는 실업 급증과 장기 침체, 구제금융 요청으로 돌아왔다.

2000년대 초반 스페인은 유럽의 ‘부동산 천국’으로 불렸다. 저금리 환경과 풍부한 유동성, 외국인 투자 유입, 대규모 개발이 맞물리며 주택 공급은 폭증했다. 건설업은 고용과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했고 해안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레인이 하늘을 가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신화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며 주택 가격은 지역에 따라 30~40% 급락했고 미분양 주택이 쌓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가격 하락 그 자체가 아니었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성장 구조가 금융과 실물경제, 사회 전반으로 충격을 증폭시켰다는 데 있었다.

윌리엄 치슬렛 엘카노왕립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페인은 건설과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 모델 때문에 큰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은 1999~2003년 연평균 3.8%, 2004~2008년에도 3.1% 성장해 같은 기간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평균 성장률(각각 2.0%, 2.1%)을 뚜렷하게 웃돌았다. 하지만 치슬렛 연구원은 “이러한 고성장은 건설과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한 지속 불가능하고 불균형적인 경제 모델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주도된 허상이었다”고 짚었다.

▲스페인 국기 뒤에 건설용 크레인이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국기 뒤에 건설용 크레인이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이러한 성장 신기루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빠르게 사라졌다. 고용이 급격히 위축됐고 은행권 부실이 연쇄적으로 드러났다. 재정적자와 공공부채가 급증하고 정치권은 극심한 불신에 빠졌다. 스페인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5년 가까이 장기 침체를 겪었다.

특히 정부의 늦은 대응은 고통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사회주의 정부(2004~2011년)는 초기 위기 상황을 부인하다 2010년 5월이 돼서야 경제정책을 급선회해 긴축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이때 경제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실업률은 2007년 8.3%에서 20%로 치솟았다. 2007년 금융위기 직전 고점 대비 2013년까지 스페인 실질 GDP는 약 7% 감소했다. 결국 유로존 4위 경제 대국이었던 스페인은 은행 부문 안정을 위해 2012년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스페인 사례는 정부 개입의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시장 실패 이후 국가 개입이 지연되면서 위기 비용이 커졌고 회복에도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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