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명분이었다"…경기도, K-컬처밸리 아레나 기본협약 10개월 연기, 20년 기다린 고양시민 또 '빈손'

입력 2026-02-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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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네이션 요구에 안전점검 4개월→8개월 '전격수용'…도의회 "신속추진 약속 파기, 선거후로 책임넘기기" 강력 반발

▲경기도청 (경기도)
▲경기도청 (경기도)
'속도'를 내세워 기존 협약을 깨고, 그 '속도'를 스스로 포기했다.

경기도가 6일 K-컬처밸리 아레나사업의 기본협약 체결 시점을 당초 2026년 2월 20일에서 같은해 12월로 10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완성해야 할 책임자로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안전점검 확대와 사업 완성도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앞서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025년 10월 세계 최대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격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라이브네이션이 공정률 17%인 기존 구조물 인수에 따른 잠재적 하자를 이유로 정밀안전점검을 요구했고, 경기도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점검 범위는 구조물에서 흙막이 시설·지반 등 전반으로 확대됐고, 기간은 4개월에서 8개월로 두 배 늘어났다.

핵심 쟁점은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기존 협약을 해제하고 민간공모 방식을 택할 때 시민과 도의회에 내세웠던 명분이 다름 아닌 '속도'였다는 사실이다.

기존 사업자보다 빨리, 더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던 약속은 10개월 연기 발표와 함께 사실상 백지화됐다. 20년 가까이 완공을 기다려온 108만 고양시민에게는 또 한번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 셈이다.

경기도는 연장된 기간을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닌,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아레나 사업 범위 확대 논의, 보행환경 조성과 주차 공간 확보 등 공공지원시설 확충, 아레나 완공 전 야외 임시공연장 운영 등을 협상 기간에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안전점검 결과 중대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기본협약 체결 후 3개월 이내 공사재개, 43개월 이내 준공이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곽미숙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번 발표문이 '확정'이 아니라 '검토'와 '논의'로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기도가 '글로벌 기준'이나 '안전'이라는 말로만 포장해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협약 체결을 2026년 12월, 즉 차기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어 책임을 뒤로 넘기려는 '폭탄 돌리기'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 의원은 "안전은 당연히 확보해야 할 원칙이지만, 그 과정과 일정이 이렇게 급변했다면 이는 도가 애초에 기초현황조차 충분히 점검·관리하지 못한 채 협상을 끌어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추진 약속 파기에 대한 고양시민 사과 △'검토·예정'이 아닌 확정된 착공·준공 로드맵 제시 △안전점검 변경사유와 결과의 투명 공개 △협상 주요 의제의 도의회·시민 보고 및 상시소통체계 구축을 강력히 요구했다.

곽 의원은 "확정된 실행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책임한 지연과 면피 행정의 책임을 끝까지 물겠다"고 밝혔다.

30조원 경제효과와 20만개 일자리를 내건 K-컬처밸리 아레나 사업은 고양시민에게 20년 가까운 희망이자 좌절이었다. '속도'를 명분으로 판을 뒤집고, 다시 '안전'을 명분으로 10개월을 늦춘 경기도가 이번에는 무엇으로 108만 시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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