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열렸고, 판은 깔렸다…주식 토큰화, 비즈니스 실행 국면 진입

입력 2026-02-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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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법 통과 후 논의 초점이 제도 설계에서 사업 실행으로 이동
주식 토큰화, 보유 수익 아닌 거래 수수료 중심 구조가 관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결제 인프라가 한국형 모델의 핵심 변수로 부상

▲6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주식 토큰화 오픈 세미나'에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godot@)
▲6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주식 토큰화 오픈 세미나'에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godot@)

토큰증권(STO)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주식 토큰화 논의가 제도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모델과 인프라 구축 국면으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토큰화가 기존 채권·스테이블코인 토큰화와는 전혀 다른 수익 구조를 가지는 만큼, 거래 수수료와 라이선스 설계가 초기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과 포필러스(Four Pillars), 법무법인 로백스는 6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주식 토큰화 오픈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규제 환경과 국내 시장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지난달 토큰증권 관련 법안(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책 논의의 무게중심은 가능성 검토에서 인프라 구축과 사업 실행으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주식 토큰화 시장의 핵심 기회로 거래 수수료 중심의 수익 모델 전환과 신설 라이선스인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확보를 꼽았다. 주식 토큰화가 기존의 토큰화 채권이나 스테이블코인과는 전혀 다른 수익 구조를 지닌다는 점에서다.

김유겸 포필러스 리서처는 “국채나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NIM)이 핵심이지만, 주식은 확정 이자가 없는 자산”이라며 “발행, 상환,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자산을 장기간 묶어두기보다 자본 회전율을 높이고 거래량이 급증하는 구간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시장 주도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어떤 구조를 표준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관 자금은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직접 토큰화(발행사 또는 대행사가 블록체인에 주주를 직접 기록하는 방식) 모델로 유입될 수밖에 없고,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의 참여가 본격화되면 유동성 문제 역시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드는 직접 토큰화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내 제도 환경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한국은 주주명부 관리 구조상 미국식 직접 토큰화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토큰증권 법안에서 도입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를 활용하면 유사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머무르지 않고 퍼블릭 체인의 혁신성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는 토큰증권 발행과 권리 기록·관리를 분산원장 기술 기반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조다. 스마트컨트랙트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전자증권 체계에서는 비효율적이거나 제한적이었던 다양한 권리 설계를 토큰증권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이 제도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배당과 의결권이 온체인에서 자동화되는 ‘네이티브 토큰(Native Token)’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은 ‘지배(Control)’ 개념을 통해 토큰 소유권을 명확히 정의한다”라며 “한국 역시 단순한 미러링을 넘어 토큰 자체가 권리가 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한국형 토큰증권 모델의 실현 가능성과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좌장을 맡은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법안 통과 자체보다 현장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개정안이 투자계약증권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무 수요가 높은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 방식이 제외된 점은 아쉽다”라며 “토큰증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증권사의 가상자산 지갑 운용과 퍼블릭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완성 코스콤 부장은 기술적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기존 자본시장의 대규모 거래를 실시간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라며 “24시간 거래 역시 결제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성도를 갖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콤은 신종 증권용 프라이빗 분산원장을 우선 구축하고, 향후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허용될 경우 퍼블릭 체인과 연동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토큰화 시장 개화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우량주가 해외 플랫폼에서 달러 기반 토큰으로 유통될 경우 국내 유동성과 원화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한국형 주식 토큰' 시장을 구축해 원화 결제와 24시간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고, 규제 당국은 시장이 성공 모델을 만들도록 유연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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