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시장의 주체인 증권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당장 시스템 개발부터 인력 충원까지 모든 것이 비용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이뤄지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이미 사안을 결정해 놓고 반발이 나오자 업계와 의논하겠다고 하는 거래소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든다. 해외 주요 시장과의 동조화, 투자 편의성 제고, 자본시장 선진화. 그럴듯한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시장은 명분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제도 변화라면, 그 효과와 비용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거래소는 말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글로벌 시장 어디에도 만능 해법은 없다. 뉴욕증시는 긴 거래시간을 유지하지만, 그만큼 인력과 시스템, 비용 구조가 이를 감당하도록 설계돼 있다. 단순히 ‘열려 있는 시간’만 떼어 와서는 안 된다. 인프라와 보상, 근무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시간만 늘리는 것은, 껍데기만 베낀 제도 이식에 가깝다. 앞서 1990년대 후반 일부 아시아 증시는 거래시간을 확대하며 유동성 증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거래는 늘지 않았고, 오히려 얇아진 유동성이 시간대별로 분산되면서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거래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참여자들은 ‘더 오래’가 아니라 ‘더 나은 시간’에만 몰렸다.
실제 이번 개편은 단순히 거래시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대체거래소(NXT) 출범과 맞물려 도입된 최선주문집행시스템(SOR)과의 연동, 복잡한 시장안정장치 설계, 그리고 전 채널의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급박한 일정 추진은 자본시장의 생명인 안정성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거래시간 연장이 과연 시장의 질을 높이는가. 잠깐 거래량이 늘고 수수료 수입이 증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시장 경쟁력의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유동성이 분산되고, 정보 비대칭이 확대되며, 피로 누적에 따른 판단 오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증권사 실무 인력, IT·리스크 관리 부서, 중소형 금융투자사에는 추가 비용과 인력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된다. 시장의 ‘연장된 시간’이 누군가의 ‘축소된 삶’ 위에 세워지는 셈이다.
증권업계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는 점은 이 문제가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효율과 명분, 경쟁력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시장을 확장하려는가. 투자자의 편의인가, 제도의 실적 지표인가, 아니면 수수료 기반의 구조적 한계를 시간으로 보완하려는 시도인가.
자본시장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로 성장해 왔다. 짧은 거래시간에도 깊은 유동성과 탄탄한 기업가치를 가진 시장은 존재한다. 반대로 하루 종일 열려 있어도 신뢰를 잃은 시장은 빠르게 외면받는다. 거래시간은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거래시간을 늘리기 전에 묻자. 이 연장은 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더 피폐하게 만드는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경쟁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간은 늘릴 수 있어도, 시장의 신뢰는 그렇게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