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장영근의 우주 속으로] 美 “그린란드 사고싶다”에 담긴 함의

입력 2026-02-06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前 한국항공대 교수

안보·경제에 사활적 요충지 ‘눈독’
‘구매’ 발언 동맹국 신뢰 해치지만
패권 위한 전략적 선택 배제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기 재임 시절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를 또 하나의 기행으로 치부했었다. 덴마크 정부와 국제사회는 즉각 웃음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발언을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이나 트럼프의 사적 욕심의 연장선으로만 해석한다면 그 이면에 깔린 미국의 전략적 계산을 놓치게 된다. 그린란드는 오늘날 미국의 안보·경제·지정학적 이해가 교차하는 핵심 공간이다.

먼저 군사적 측면에서 그린란드는 냉전기부터 미국 전략의 요충지였다. 그린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피투피크 우주기지(옛 툴레 공군기지)는 러시아 방향에서 북극을 경유해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미사일방어체계, 조기경보 레이더, 인공위성 추적 등은 모두 이 지역의 지리적 이점 위에서 작동한다. 트럼프가 강조한 ‘미사일방어 최적지’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라 북극 항로를 따라 형성된 미국 안보 전략의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군사적 가치만으로는 트럼프의 집착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배경에는 자원과 공급망 문제가 있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흑연, 니켈, 우라늄 등 에너지 전환과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잠재 매장지로 꼽힌다. 미국은 전기차, 풍력, 반도체, 군수산업 전반에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그린란드는 이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 후보지다. 실제 개발까지는 환경, 인프라, 주민 동의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확보 가능성” 자체가 미국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후변화 또한 그린란드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항로의 상업적·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린란드는 북대서양과 북극해를 잇는 관문으로, 향후 해상 물류, 해군 작전, 수색·구조 체계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항로 문제를 넘어 북극 해양 질서와 규칙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변수도 빠질 수 없다. 러시아는 북극권 군사기지를 재정비하며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스스로를 ‘근(近)북극 국가’라 칭하며 자원 개발과 연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북극에서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잠재적 경쟁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완충지대다.

결국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은 충동적 언사라기보다 미국의 국가이익이 집약된 공간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결과에 가깝다. 다만 문제는 방식이다. 주권과 자결이라는 현대 국제질서의 원칙을 무시한 ‘구매’ 발언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해치고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입지를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베네수엘라 작전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분명하다. 외교적 모호성은 줄어들고 힘의 사용 가능성도 공공연히 거론된다. 그린란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덴마크 자치령이라는 법적 지위나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은 존중 대상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안보와 전략 경쟁이 우선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는 동맹과 국제질서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베네수엘라 사례는 중남미 국가들뿐 아니라 유럽 동맹국들에도 불안감을 안겼다. 그린란드 문제는 나토 내부의 신뢰와 직결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보여주었듯 동맹의 불편보다 미국의 통제력을 더 중시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린란드는 땅이 넓고 인구는 적지만 그 가치는 가볍지 않다. 트럼프의 발언은 조금은 약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린란드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계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앞으로 이 거대한 섬을 둘러싼 경쟁은 미사일보다 조용하지만 훨씬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6년 새해맞이 ‘다음채널·지면 구독’ 특별 이벤트
  • 코인 패닉장…비트코인 13.8%·리플 23.5% 폭락
  • 코스피 전망치 ‘7500 vs 5800’⋯증권사 목표치 왜 엇갈리나
  • 주식 열풍 속에서도 ‘금’을 쥐는 사람들 [왜 지金인가]
  • 강남 급매물 나와도 매수자는 관망⋯‘눈치’ 보는 시장 [주택정책 엇박자 ②]
  • 컬링 믹스더블 3연패…오늘(6일) 주요일정 [2026 동계올림픽]
  • 취하기 싫은 청년들...“가볍게 즐기는 술이 대세酒”[소버 큐리어스가 바꾼 음주문화]
  • 중국 다음은 인도? 바이오시밀러 ‘가격 파괴’로 글로벌 공급망 흔든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2.06 09:4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811,000
    • -14.12%
    • 이더리움
    • 2,726,000
    • -14.57%
    • 비트코인 캐시
    • 665,500
    • -15.06%
    • 리플
    • 1,776
    • -20.14%
    • 솔라나
    • 109,900
    • -19.31%
    • 에이다
    • 358
    • -15.57%
    • 트론
    • 398
    • -4.78%
    • 스텔라루멘
    • 219
    • -13.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18,080
    • -14.52%
    • 체인링크
    • 11,570
    • -15.61%
    • 샌드박스
    • 115
    • -20.1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