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스템 수출’로 새 성장판 열어야

입력 2026-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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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요즘 생활물가가 무섭다. 환율도 급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도 해외시장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혁신 프로세스와 첨단기술이 장착되지 않은 제품으로는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마주한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늘 우리 앞에 서 있던 일본과 독일을 살펴보더라도, 우리가 그 나라들에서 눈여겨볼 수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찾기 어려워진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중심의 수출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다.

정부·기업 손잡고 패키지 수출

거의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당시 정부에 있으면서 중동 원자력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시스템 수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10년 전 미국 워싱턴DC 근무 시절, 하원 아태위원회나 상원 재무위 위원장의 방한 계기에 재계 미팅을 주선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의 미팅은 당연하였지만, 파리바게뜨 SPC그룹과의 미팅 요청은 다소 생소하였다. 그때부터 한국의 빵이 한국스러움을 넘어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글로벌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방산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국가 간 경쟁이 첨예하게 전개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보유한 시스템 경쟁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시스템 수출이란 단순한 제품 수출로는 창출할 수 없는 국가단위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출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핵심동력은 에너지·유통·방산 등 분야별 비즈니스 기업들이다. 여기에 우리가 축적해온 제도·인프라·기술·운영노하우는 물론, 교육·훈련까지 포함해 하나의 패키지로 묶이게 된다. 그만큼 수출구조는 복잡하고 성과 또한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잠수함을 건조해 인도하는 것은 시스템 수출의 시작에 불과하다. 원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잠수함을 유지·보수하는 일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되는 운영관리(O&M: operation and management) 비즈니스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고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시작으로 전력시스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나아가 중동 전역으로 현지형 원전모델과 에너지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스템 수출이다. 캐나다 잠수함 패키지수출 역시 방산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지역 방산시스템 전반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미 미국에 유사한 방산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대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수출모델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산업 경험과 역량 내지 시스템 운영체계를 이식하고 장기간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간 파트너십을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시스템 수출은 기업 혼자서도,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완성될 수 없다. 새로운 기업과 정부 관계 속에서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력시스템 수출과 캐나다 방산시스템 수출의 기대효과는 이후 형성되는 양국 간 기업과 정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협력 모델이나 산업협력 플랫폼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디지털 거버넌스, 스마트시티, 정부조달 체계 등 한국의 다양한 시스템을 동남아·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수출해 그 나라에 착근시키는 걸 그려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 기업의 솔루션 제공은 물론, 교육·훈련·컨설팅과 관련 제품군 장착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회가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수출은 한국 모델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우리의 수출 경쟁력과 시스템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산업역량·경험’ 접목하면 승산 있어

20여 년 전 중동 원전수출 과정에서도 자동차·정보기술(IT) 등 해당 국가가 희망하는 다양한 산업협력 패키지가 함께 논의됐고, 교육·국방 등 국가경영에 긴요한 어젠다도 파트너십 모델로 모색된 바 있다. 지금의 캐나다 방산수출 또한 산업·에너지협력 파트너십과 연계하여 다각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 분야에 걸쳐 축적해온 다양한 산업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의 파트너십을 새롭게 구축해 나간다면 글로벌 마켓에서 시스템 수출로 그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성장판으로서 시스템 수출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우리 기업과 정부의 새로운 파트너십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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