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성첨단소재가 매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를 중국 자본에 통째로 넘기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인수 컨소시엄 참여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과 신사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성첨단소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오성하이테크놀로지’의 지분 100%를 중국 항저우성석신소재과기유한공사에 1985억 원(9억5000만 위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계약금 50%는 중국 당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승인 후 10일 이내 4억7500만 위안이, 중도금 40%는 양사 합의내용 이행 후 3억7500만 위안이 지급된다. 예상 시점은 각각 올해 5월 10일, 6월 10일이며 잔금 10% 지급은 2029년 5월 10일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인 오성하이테크놀로지는 작년 4분기 중 자본금 9억 원에 설립됐다. 오성첨단소재는 같은 날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부문을 1600억 원에 오성하이테크놀로지로 양도하기로 했다. 양도 기준일은 5월 10일이며 양수도 대금은 법리검토 완료 후 출자전환해 진행하게 된다.
오성첨단소재가 매각하는 디스플레이 소재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캐시카우’로, 사실상 본업의 9할 이상을 떼어내 매각하는 등 기존 사업과 결별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오성첨단소재가 SK오션플랜트 인수 등의 신사업에 사활을 건 ‘올인’ 전략과 다름없다.
오성첨단소재는 SK오션플랜트 인수를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금을 모았다.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익산 본사와 아산 사업장 소재 토지·건물 등을 매각했고, 3자배정 유상증자와 두 차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실탄을 보충했다. 이번 중국 매각 건을 포함하면 오성첨단소재가 최근 6개월 사이 확보했거나 확보 예정인 자금 규모는 2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 모든 자금의 조달 목적은 공통으로 ‘타법인 증권 취득’ 또는 ‘경영 효율성 제고’로 명시돼 있다. 이는 SK오션플랜트 매각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기 위한 거액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오성첨단소재가 본업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한 신대륙은 해상풍력과 플랜트 분야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중국의 물량 공세와 업황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친환경 에너지 섹터인 SK오션플랜트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결단이 성공할 경우 오성첨단소재는 단순 부품 제조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점프할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도 작지 않다는 관측이다. SK오션플랜트 인수가 차질을 빚거나, 인수 후 경영권 행사 및 시너지 창출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경우 오성첨단소재는 돌아갈 곳이 없다. 주력 사업부 매각 이후 오성첨단소재에 남는 종속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부동산 개발·임대나 대부업, 물류주선업, 의료용 마리화나 연구 등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거나 본업인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다. 소재사업부 매각 대금이 신사업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회사는 수익 기반이 증발한 채 이름만 남은 ‘쉘(Shell)’ 회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시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사업 매각이 100% 인수 재원 마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사였던 일본 기업이나 국내 전방 사업자들도 중국에서 다 매각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사업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던 차에 중국 업체에서 제안이 왔기 때문에 매각을 진행하게 된 것으로 단순 인수 재원 마련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면서 “오션플랜트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