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앞세워 제네릭 의약품에서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시선이 인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저가 제네릭 의약품의 생산기지로 알려졌던 인도가 이제는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의 변신을 선언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026년부터 향후 5년간 총 1000억 루피(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하는 ‘바이오파마 샤크티(Biopharma SHAKTI)’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점유율 5%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은 인도 내 첨단이면서도 저렴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국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인도는 의약품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바이오시밀러다. 인도는 이미 저렴한 생산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네릭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이제는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인도 기업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리라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임상 비용의 최대 85%를 지원했다.
승인 성과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바이오시밀러 18개 가운데 인도는 4개를 허가받아 한국(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2025년까지 누적 FDA 승인 바이오시밀러 81개 가운데서도 인도는 10개로 미국(28개), 한국(19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인도의 전략은 단순한 보조금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전국에 1000개 이상의 공인 임상시험 사이트를 구축하고 규제기관인 중앙의약품표준통제기구(CDSCO)의 바이오의약품 심사 역량을 강화해 승인 속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제조, 임상, 규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인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중 갈등과 생물보안 이슈 이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중국 이후의 생산·임상 거점으로 인도가 급부상하는 이유다. 인도는 중국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낮고, 한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변화는 국내 바이오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인도발 초저가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가격 경쟁 압박은 불가피하다. 반대로 임상·제조 비용 절감이나 현지 협업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을 대체할 국가와 기업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도는 중국 다음 생산·임상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량 공급 전략을 택한 만큼 인도발 초저가 바이오시밀러가 확산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가격 전략과 시장 포지셔닝을 재정립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각국 바이오 기업의 전략적 대응 능력이 향후 경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