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함인희의 우문현답] AI에겐 가족이 없다는데⋯

입력 2026-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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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젊은층은 결혼·출산 인식 희미해져
부계 중심 전통 가치도 시대착오적
인간다움 지켜낼 ‘가족’ 숙제로 남아

올해 초 KBS 1TV에서 방영된 ‘2026 신년기획 인공지능(AI) 빅퀘스트 2부, 인간으로 살아남기’를 관심있게 시청하다, 끝나갈 무렵 한 장면에서 빵 터졌다. “AI 시대!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사회자의 질문에 참석자 4인이 내놓은 답을 들으면서였다.

질문을 받은 참석자들 표정에 순간 난감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한데 답변하기는 꽤 난해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가 정답을 알고 있으리란 전제하에 출제(?)된 문제였기에 답하기가 쑥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당시의 답변으론 사랑, 연대 능력, 죽음, 시행착오 경험 등이 나열되었는데, 내게 가장 흥미롭게 들렸던 답은 “AI에겐 가족이 없잖아요”였다.

AI에겐 없지만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가족’이라면,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족의 가치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기에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한데 과연 그럴까? 생각을 거듭할수록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든다.

2024년 11월 서울시에 거주하는 30대 비혼남녀 600명에게 물은 결과, ‘결혼 안 하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에 남성 65.3%, 여성 82.3%가 찬성했다. ‘결혼은 하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에도 남성 68.0%, 여성 87.3%가 찬성했다. 가족의 첫 출발이라 할 결혼 및 출산에 대한 확신조차 희미해져가고 있음이 실감난다.

이들 30대는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데는 10명 중 9명(89.8%)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대를 잇는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생각이다’에도 86.2%가 동의를 표했다.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다’에는 10명 중 1명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고, ‘장남에게 재산상속을 더 많이 해주어야 한다’는 데는 9.0%만이 찬성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2020년 45.6%에서 2023년 55.2%로 증가했다. 그동안 부계혈연중심의 직계가족을 지탱해온 전통적 가치들은 이제 박물관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온 셈이다.

가족 가치의 한 축을 이루던 부모 부양에 대한 태도 또한 격세지감을 떠올리게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모의 노후생계를 누가 돌봐야 하는가’에 1998년만 해도 자녀가 86%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자녀가 돌봐야 한다’는 입장은 18%로 격감한 대신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는 입장이 70%로 급증했다.

미국의 가족사학자 스테파니 쿤츠(Stephanie Coontz, 1944~)는 가족을 둘러싼 대표적 오해 중 하나로 ‘가족=자족적(self-sufficient)’ 집단으로 보는 견해를 지목하고 있다. 가족은 한 번도 홀로 선 적이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전통사회 가족은 친족, 이웃, 마을 공동체가 있었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존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족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시장이 곳곳에 생겨난 덕분에, 굳이 친족이나 이웃의 도움 없이도 가족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게다.

여기에 더해 친족의 영향력 확산을 달가워하지 않던 국가가 가족의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지겠다고 나서면서 가족복지의 이름으로 우리네 삶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는 한술 더 떠 ‘개인화’의 기치하에 가족구성 자체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던가.

과연 AI에게는 없는 가족이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보루라면, 그 가족은 어떤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정답이 있다고 전제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의 진솔한 생각을 나누며 그 의미를 숙고할 때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이 코앞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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