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관성적으로 운영되면서, 미래 산업을 키우는 플랫폼이 아니라 단기 비용 절감에 매몰된 행정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 적자는 세금으로 메우면서도 차량 조달과 서비스 혁신은 여전히 최저가 중심에 머물러 있고, 그 결과 공공 재정 투입이 산업 경쟁력과 기술 축적으로 환류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준공영 버스 제도를 언급하며 특허·면허·인가에 대한 공익 환수와 기간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헝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준공영제하의 버스 운영권은 사실상 국가가 부여한 특혜성 면허에 가깝다. 세금으로 손실이 보전되는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안정적 현금 흐름이 일부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변질되고, 차고지 매각이나 과도한 배당을 통해 공공 재원이 사유화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이는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실패다. 공공이 리스크를 떠안고 민간이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더 이상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책임의 영역이다.
이제 대중교통 정책은 교통 복지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재정의돼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서는 기존 노선버스 중심의 공급 방식이 명확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수요응답형 교통(DRT)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다.
DRT는 단순한 소형 버스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배차와 실시간 수요 예측, 플랫폼 운영 기술이 결합된 미래형 교통 서비스다. 여기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접목하면 운영비 절감과 탄소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고, 자율주행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결합할 경우 지방 교통 사각지대는 곧바로 미래 모빌리티 실증 무대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여전히 제한적인 실험 사업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미국과 중국은 공공 교통 조달을 자국 산업 육성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보조금이 투입되는 대중교통 차량에 높은 수준의 부품 현지화 비율을 요구하고, 중국 역시 보조금과 기술 기준을 통해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우리는 최저가 입찰이라는 행정적 편의에 기대어 공공 조달 시장을 미래 산업의 시험장이자 성장 엔진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변화하는 통상 환경과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전 경험을 갖춘 민간 전문가를 정책 설계의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보조금 정책 역시 정교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전기버스와 수소버스 보급 확대라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은 여전히 지자체에 과도하다. 배터리 리스 방식과 재제조 배터리 활용을 보조금 조건으로 명확히 설정하면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차량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분리 관리하고, 이력 추적과 안전 기준을 충족한 재제조 배터리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면 비용 절감과 자원 순환,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실질적 기여를 요구하는 정당한 기준이다.
결국 핵심은 ‘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지자체별 쪼개기 발주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권역 단위의 장기 구매와 운영 계약을 통해 예측 가능한 수요를 제공해야 한다. DRT, 전동화, 자율주행이 결합된 대중교통 모델을 지방 교통 사각지대에 우선 적용하고, 이를 통해 기술 검증과 산업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야 한다. 운영권 역시 성과 연동형 기간제로 전환해 공공성을 훼손하거나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과감히 퇴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산을 쓰자”는 구호가 아니라, 세금이 들어가는 시장을 국가 산업의 토대가 되는 구조로 재설계하는 전략적 역량이다. 대중교통 정책의 성패는 차량이 아니라, 그 판을 짜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