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서울 밖' 집을 살 수 있는 자유

입력 2026-0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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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고 싶다."

지방의 도시를 여행하며 자주 했던 말이다. 신호가 아니면 차를 멈추지 않아도 되는 도로.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맛집. 어렵지 않게 앉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의 카페 창가 자리. 북적임에 둘러싸인 일상과는 다른 경험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금세 포기했다. 앞으로도 같은 선택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을 떠난다면 지금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아이 교육에 부족함은 없을까? 갑자기 크게 아프면 바로 갈 수 있는 병원은? 다양한 문화생활은 할 수 있나?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살기 좋아 보이고 살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삶의 기반을 옮기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서울에 남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평생 지방의 한 도시 안에서만 살 것이 아니라면 충족해야 할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 혹시 모를 상황에서 찾아야 할 수 있는 대체 일자리, 아이의 미래를 제약하지 않을 만큼의 교육 환경. 이런 생각을 하면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서울은 사람이 넘치는 탓에 늘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따라붙지만 머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도 현실로 만들지 못한다.

이런 선택이 쌓이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사람들이 어디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지가 반영된 결과다. 서울과 지방의 엇갈린 수급은 기회의 밀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은 기업, 더 다양한 일자리, 더 촘촘한 생활·문화 인프라가 있는 곳으로 수요가 몰린다. 지극히 당연하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서울 집값 문제를 주택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급을 무한정 빠르게 늘릴 수 없다면 사실상 유일한 기회의 땅에 몰리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어떤 장애물도 이런 흐름을 꺾지 못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물론이고 대출 절벽, 막대한 세금 부담도 마찬가지다.

결국 필요한건 '서울 집'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게 아니다. 다른 곳에도 충분한 기회의 장을 여는 일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 환경,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생활·의료 인프라,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 가능한 교통망이 갖춰진다면 어디든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같은 조건이라면 매일 같이 도로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훨씬 많은 돈을 쓰면서도 좁은 집과 공간에 갇혀 사는 것은 현명함과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런 조건이 한두 해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옮겨가고 산업이 자리를 잡고 생활인프라가 축적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의 속도 만큼 일관성과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쉽게 삶의 터전을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것을 충족할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자리를 잡으면 이동의 물꼬가 트이고 세찬 흐름이 따라올 수 있다. 시장은 억지로 움직이지 않지만 조건이 달라지면 스스로 방향을 바꾸고 달려나간다. 시장은 수요자의 움직임이 만든다.

굳이 서울에 묶여 있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압력도 비싼 집을 사려도 안간힘을 써야만 하는 압박도 사라질 것이다. 집에 삶을 맞추는 대신 삶에 맞는 집을 고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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