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국민을 국경 안에 가둘 수는 없다

입력 2026-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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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미애 의원실 제공)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미애 의원실 제공)

국정운영이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집권 세력의 정책 판단과 통치 역량에 있는가, 아니면 그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국민의 자유에 있는가. 이 질문은 위기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반드시 답해야 할 헌법적 물음이다.

헌법 제14조는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자유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법체계 안에서 얼마나 취약한 상태로 놓여 있는지 충분히 점검하지 못해 왔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출국의 자유에 대한 명확한 원칙 규정 없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은 추상적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행정권력이 광범위한 해석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문제는 국가의 존립 위기보다도 국정운영이 흔들릴 때 권력이 빠지기 쉬운 유혹이다. 재정 악화와 경제 불안, 정책 실패로 신뢰가 무너질수록 권력은 책임을 성찰하기보다 국민의 선택지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방식이 국민의 ‘떠날 자유’를 행정적 판단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역사는 그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930년대 스탈린 체제하 소련에서는 강제 집단농장화와 곡물 징발이라는 정책 실패 속에서 대규모 기아가 발생했지만 정권은 정책을 수정하기보다 내부 여권제와 이동 통제로 주민들의 이동을 봉쇄했다. 이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의 이동 자유 박탈로 덮으려 했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양상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중국은 ‘비긴급·비필수 목적’의 해외 출국에 대해 여권 발급을 중단하거나 극도로 제한했다. 방역 완화 이후에도 출국과 여권 발급이 행정적 판단에 따라 제약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제기됐다. 베네수엘라 역시 장기간의 정책 실패와 경제 붕괴 속에서 여권 발급 지연과 취소 사례가 이어졌고 그 결과 수백만 명의 국민이 국외로 떠나야 했다. 국정 실패의 부담을 국민의 자유로 전가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 결과다.

출국의 자유는 단순한 이동권이 아니다. 개인이 국가의 정책 실패나 통치 무능 앞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자유다. 집권 세력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이 국경 안에 묶여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정 실패의 대가는 권력이 감당해야지 국민의 기본권으로 치러져서는 안 된다.

국제인권규약(ICCPR)도 모든 사람에게 ‘떠날 자유’를 보장하며 그 제한은 법률에 근거하고 필요성과 비례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엔 자유권위원회 역시 출국 제한은 예외적이어야 하며 자의적·포괄적 사유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출국자유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한다. 둘째 재정 악화, 외환·금융 불안, 정치적 혼란, 정책적 판단 등 국정운영의 결과를 이유로는 국민의 출국을 제한할 수 없도록 명확히 금지한다. 셋째 출국금지는 범죄 수사 등 헌법상 정당성과 필요성이 명백하고 구체적 사안과 객관적 근거가 있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한다.

이 법안은 출국금지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형사사법 절차의 실효성을 위한 출국금지는 여전히 필요하다. 문제는 그 범위를 넘어 국정 실패의 부담을 국민의 자유로 전가하려는 발상이다. 역사와 현재의 국제 사례가 말해주듯 권력이 이동의 자유를 봉쇄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경은 국민을 가두는 벽이 아니라 자유롭게 넘을 수 있는 경계선이어야 한다. ‘떠날 자유’를 지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자유와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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