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파동의 낡고 소박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추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호연 작가의 이 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따뜻한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이 편리함과 효율로 환산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삶의 가치를 비춰내며, 잊고 지냈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인물 '독고'가 한 파우치를 주우면서 시작된다. 파우치의 주인은 동네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 여사다. 독고는 그녀를 찾아가 물건을 돌려주고 그 인연으로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를 맡게 된다. 계산도 느리고 말도 어눌한 독고는 처음엔 동료와 손님들 모두에게 불편한 존재다. 그러나 그는 손님들의 얼굴과 취향을 기억하고, 그들의 사정을 묵묵히 들어주는 데에는 누구보다 성실하다.
늦은 밤 독고가 일하는 편의점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청년, 회사에서 밀려나 가장의 역할에 흔들리는 중년 남성, 글이 풀리지 않아 슬럼프에 빠진 작가까지. 이들은 물건을 사러 들르지만, 동시에 잠시 숨을 고를 자리를 찾는다. 독고는 이들에게 화려한 말 대신 소박한 방식으로 다가간다. 힘든 현실을 잊으려 습관처럼 술을 찾는 손님에게는 옥수수수염차를 건네고, 피로가 가득 묻어나는 이에게는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 조합을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넨다.
시간이 흐르면서 편의점은 동네 사람들의 쉼터가 된다. 손님들은 이곳을 자신의 고민을 내려놓는 공간으로 찾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늘 독고가 있다. 독고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변해 간다. 노숙 생활과 음주로 인해 지난 기억을 모두 잃었던 그는 편의점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는다. 그렇게 '불편한' 한 사람과 '불편한' 공간은 서로를 통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 소설의 배경에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경제 구조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특히 편의점 주인 염 여사의 모습은 한국 자영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와 국제기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20%를 차지해 OECD 평균(약 15%대)을 웃돈다. 단순한 창업 열풍이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 부족과 노동시장 경직성이 맞물리면서 많은 이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대안으로 자영업을 선택해 온 결과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2025년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약 222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영업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속 염 여사의 편의점은 문학적 설정을 넘어 골목 경제의 구조를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거창한 기적은 없지만, '불편한 편의점'에는 사람을 살게 하는 '틈'이 있다. 독고의 배려는 당장의 경제적 결핍이나 처지를 바꿔주지는 않지만 각자의 삶을 지탱할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제공한다.
작품은 "네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타인의 고통을 짐작하는 마음이 곧 나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또 "친절한 척만 해도 친절해지는 것 같다"는 문장은 선의가 거창한 마음가짐이 아닌 실천의 영역임을 시사한다. 결국 이 소설은 경제적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타인을 향한 작은 친절과 연결이야말로 무너지지 않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임을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