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유동성 겸비한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 압축

지난 한 주 국내 증시는 ‘누가 샀느냐’보다 ‘어디를 샀느냐’가 더 중요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한발 물러선 자리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저 없이 매수 버튼을 눌렀다. 테마주도, 중소형주도 아닌 시총 1~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에 자금이 몰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실제로 개인 수급은 지수 흐름과 맞물려 움직였다. 코스피는 지난달 26일~30일 5.55% 상승했다. 개인은 5조8261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실질적으로 견인했다. 반면 외국인은 2조3752억 원, 기관은 3조2881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 자금이 가장 강하게 몰린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7921억 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돌파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모리 업황 회복과 이익 레버리지가 기대가 아닌 숫자로 확인되자, 개인들은 변동성보다 확실성을 택했다. 지수를 움직이는 핵심 종목으로 자금이 모인 이유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흐름이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1조1581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실적과 주가로 동시에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양대 축에 개인 자금이 동시에 유입됐다는 점은, 업종 전반이 아니라 ‘실적으로 증명된 기업’에 집중한 수급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반도체와는 다른 의미의 선택이었다. 개인 순매수 2위로 1조3923억 원이 유입됐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북미 판매 회복 기대가 부각되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개인들은 단기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회복 가능성에 베팅했다. 반도체 이후 지수 상승을 이끌 다음 축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실적 발표를 통해 향후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 기업들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대나 스토리가 아니라, 숫자로 답을 내놓은 종목을 골랐다. 지수가 빠르게 오르자 개인 자금은 단기 변동성이 큰 종목보다 실적과 유동성이 확보된 대형주로 이동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선택은 달랐다. 외국인은 네이버와 LG씨엔에스를 중심으로 플랫폼·IT서비스 종목을 순매수하며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했다. 기관은 한미반도체와 현대로템 등 중장기 산업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 위주로 선별 매수에 나섰다. 지수 급등 이후 위험 관리와 포트폴리오 조정에 무게를 둔 대응이었다.
결국 지난 한 주 증시는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개인은 실적이 증명된 대형주로 지수 상승을 밀어 올렸고, 외국인과 기관은 차익 실현과 선별 매수로 대응했다. 같은 시장을 두고도 주체별 판단은 갈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기대보다 실적으로 방향성이 확인된 대형주에 개인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현대차의 매출 성장과 북미 회복 기대가 맞물리면서 개인 수급이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