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에 든 LED 촛불이 어둠을 밝히자 일제히 함성이 터졌다. "용인반도체 사수하자!"(가칭)'용인반도체 국가산단 이전반대 시민추진위원회'(위원장 송주현)가 주최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 촛불문화제' 현장이다. 소상공인, 농민, 여성단체, 교육계, 공동주택 주민까지 각계각층이 한자리에 모였다.
추위는 시민들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 시민추진위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용인국가산단을 중심으로 계획·추진 중인 교통, 주거, 교육, 생활 SOC 등 사회 인프라 구축이 이전 논의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이미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국가산단을 이전 대상으로 거론하는 행위는 국가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전력·용수·교통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은 기업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의무"라며 "이를 이유로 한 이전론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추진위원회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용인 반도체국가산업단지가 변함없는 국가전략사업임을 공식 선언하고, 이전 논란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했다.
결의의 무게를 더한 것은 삭발이었다. 송주현 위원장 등 시민 3명이 무대 위에서 머리카락을 밀었다. 야외음악당을 가득 메운 촛불 물결 사이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도 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했다. 이 시장은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은 이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정부가 확정한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다 들어가 있다"며 "대통령께서 이미 수립된 계획 그대로 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것인데, 그 말씀을 안 하고 계시니 이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정책이 신뢰받지 못하고 흔들리면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속도가 늦어지면 우리는 뒤처지게 된다"며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은 용인만의 이익이 아닌 이 나라 반도체 산업의 운명이 걸려 있고,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균형발전은 어느 동네에서 잘 되고 있는 것을 전혀 환경이 없는 곳에 이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들도 올해 1월부터 서명운동을 전개해 6만894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시에 전달했다. 이상일 시장은 26일 국토교통부를 찾아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이 서명부를 직접 전달했다.
이날 집회는 LED 촛불 점등과 문화 공연, 취지문·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촛불문화제가 끝나자 시민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