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복무 조건에 지원층·경쟁률 엇갈려

정부가 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목표로 2027학년도 도입을 예고한 ‘지역의사제’를 추진하면서 의대 진학을 둘러싼 교육·입시 구조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등록금 지원과 10년 의무복무를 연계한 제도로 정책적 상징성은 크지만, 고교 교육과정과 입시 체계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지를 두고 현장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의료 인력 확충 정책을 넘어 고교학점제 운영, 심화 과목 이수 여건, 지역 간 입시 환경과 맞물린 구조적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은 선발 방식 자체보다 고교 단계의 교육 여건과 입시 구조 전반의 설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학생을 선발·교육한 뒤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학업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10년간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복무 지역을 이탈할 경우 면허 자격을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 지역인재전형보다 공공 의무가 강화된 형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교 현장에서는 지역의사제가 교육과정 전반을 흔들 정도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대 정원 확대 효과가 학교 단위로는 제한적인 데다, 재수생과 N수생 비중이 높은 의대 입시 구조상 체감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역 고교의 심화 과목 개설 여건과 고교학점제 운영 안정성에 따라 학생 간 체감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입시 업계에서는 지역의사제의 효과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0년 의무복무라는 조건 자체가 지원층을 상당히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입시 구조상 기존 일반전형이나 지역인재전형보다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대 입시는 여전히 수능 중심 구조가 강한 만큼 장기간 의무복무가 전제된 전형은 상위권 수험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동일선상에서 지역의사제를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모집 인원이 제한적인 만큼 경쟁률 자체는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원이 적은 전형의 경우 선호도와 무관하게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의사제 역시 경쟁률만 놓고 보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의 관계도 변수로 꼽힌다. 내신보다 수능 영향력이 큰 의대 입시 구조상 수능 경쟁력을 갖춘 학생들이 지역 전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지역 고교 출신 학생의 진학 기회 확대라는 정책 목표가 어느 수준까지 실현될지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역의사제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발 제도뿐 아니라 고교 단계의 교육 여건과 진학 경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의료 인력 확충을 목표로 한 제도가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과 지역 간 교육 인프라 격차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임성호 대표는 “지역의사제가 의대 진학 판도를 단기간에 바꾸기보다는, 지역과 학교 간 교육 여건에 따라 체감 효과의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의 성패는 의무복무 조건의 강도보다 고교 단계에서 어떤 학습 환경이 함께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